[코로나19] "中공장, 하청업체 가동 못하면 다시 닫을 판"…초조한 기업들
2020-02-24 07:11
대기업 공장부터 재가동…중소기업들 중국당국 승인 없이는 운영 못해
사태 장기화땐 부품 수급·완성업체 사이에서 수량 확보 난항도 우려돼
사태 장기화땐 부품 수급·완성업체 사이에서 수량 확보 난항도 우려돼
대기업 공장은 연휴 연장 조치 후 곧바로 가동을 이어갔지만 일부 중소기업 공장은 중국 정부의 가동 중단 조치 후 별도 인가를 받아 재가동했다. 만약 부품업체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면 대기업 공장도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어렵사리 중국 공장 가동에 들어갔지만 향후 협력사 공장이 멈출 경우 고객사에 물량 공급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7만5000명과 2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21일 현재)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후베이(湖北)성 신규 확진자가 최근 500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통계 기준이 바뀌어 믿을 수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춘절 연휴인 10일 이후 중국 공장 가동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공장 내 감염 예방에 힘을 쏟는 한편 협력사 공장 가동 현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톈진에 냉장고·세탁기·주방기기 공장을 둔 위니아대우는 지난 16일께 재가동을 승인받아 다음날 공장 문을 열었다. 문제는 부품을 보내오는 일부 협력사도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돼 부품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춘절 마지막날인 10일 위생과 공무원이 찾아와 '허가 없이 공장을 가동하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공장장(법인장)은 구속된다'고 엄포를 놓고 갔다"며 "17일 가동을 시작했지만 협력업체에 재가동 승인이 나지 않아 우리가 받은 승인서를 전해줬는데 이를 통해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 중지 명령을 받지 않은 대기업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톈진·쑤저우·둥관에 공장을 둔 삼성디스플레이는 가동률 상승 단계를 밟고 있다. 옌타이·난징·광저우에 공장을둔 LG디스플레이도 공장 인근지역 직원을 먼저 투입하는 식으로 가동률을 올리고 있다. 그 외 지역에서 온 직원은 자가격리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현장을 찾는 식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는 패널을 만들어 세트(완제품) 업체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부품을 보내오는 협력사와 완제품 만드는 세트사 사이에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에서 부품을 받아 만든 패널을 세트사에 보내야 한다"며 "패널끼리 붙이면 정전기가 튀어 고장나는데 포장재 만드는 회사가 못 들어온다고 가정할 경우 물류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전후방으로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장쑤성에 가전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중국 내 가전공장 10곳을 둔 LG전자 역시 예의주시하며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시안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역시 정상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자가격리 직원의 2주 후 출근이나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생산에 차질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로 인한 최악의 최악을 가정하면 인력과 물류, 원재료 수급 문제가 겹쳐 공장 문을 다시 닫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재고 상황과 협력사의 원자재 수급, 생산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SK하이닉스는 신입사원 2명이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20일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여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해당 신입사원과 같은 날 폐렴증상으로 검사 받은 또다른 신입사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와 경기 화성 등 일부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 의심자가 발생해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귀가 조치하고 접촉자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확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10만명 규모 회사에서 매일 반복되는 방역 활동 일부를 세세히 알리다 보면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낳게 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21일 전 임직원에게 사업장 간 출장 자제를 권고했다. 대구·경북 지역 출장은 연기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없어도 예방 차원에서 해당 지역을 다녀온 인원은 자택근무 조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