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리스크, 리스크, 리스크!"...불 붙는 글로벌 경기 하향조정

2020-02-20 16:11
IMF "하방 위험성 지배적...사태 장기화에 회복 전망 취약"
민간 하향조정 이미 시작...주식시장 조정 가능성도 커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뒤덮었던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홍콩 반정부 시위 사태 등의 불확실성이 새해에 들어서면서 약화하는 듯했지만, 더욱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왔다. 점입가경 상태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세계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놓고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보건 응급사태인 코로나19는 가장 절박한 불확실성"이라며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취약한 경기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을 IMF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같은 날 IMF는 오는 2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의 'G20 조망 보고서' 초안에서도 "중기 성장치는 평균치를 밑돌고 하방 위험성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며 "글로벌 성장이 바닥을 찍었음에도 회복 전망은 취약하다"고 반복해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지적하면서 "발병이 더 오래가거나 전염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공급사슬 붕괴는 심화할 수 있으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꺾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더욱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IMF의 세 번째 세계 경제 성장률 하향조정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IMF는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예측했다. 이는 작년(2.9%)보다 상승한 평가지만, 이미 두 번이나 하향 조정한 수치다.

IMF는 작년 10월 2020년 종전 치인 3.6%에서 0.2%포인트 떨어진 3.4%로 낮춰 잡았고, 3개월 만에 0.1%P를 추가 조정했다. 지난해 말 미·중 무역협상 진전으로 시장 심리는 다소 개선했지만, 새해 들어 갑작스럽게 터진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글로벌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한껏 높였기 때문이다.

양국의 긴장 상황은 당초 우려보다 완만하게 수습되는 듯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을 강타하며 세계 경제는 더욱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이날 보고서에서 IMF는 "중국에서의 생산 중단과 이동 제한은 관광과 공급 사슬, 상품 가격 등을 통해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의 단기 전망은 코로나19의 성공적 억제에 달려 있지만, 충격은 더 크고 오래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이달 초 민간에서는 재빠르게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상태다. 지난 8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2.8%에서 2.5%로 낮춰잡았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는 중국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는 잠재 성장률(2.8%)을 밑도는 상황에 빠져 실업자가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영국의 경제 전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역시 세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2%에서 2.9%로,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19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 1조1000억 달러(약 1318조원), 아시아에서만 유행할 경우 4000억 달러의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세계은행(WB) 역시 이달 초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조만간 세계 성장률 전망치(2.5%)를 하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소 3개월 이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현 주식시장에서 코로나19가 미치는 리스크가 저평가돼있다"며 "단기적으로라도 시장 조정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날 미국 S&P지수가 3393.52의 상한가를 기록한 직후 나온 발언이기에 더욱 더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도 19일 기준으로 S&P 500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4.81% 상승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