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감염 위기감 고조되는데 정부 또 ‘신중’

2020-02-19 19:02
정부 “대규모 유행인지 더 지켜봐야”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 열어두고 대응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왼쪽)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점검회의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 29번(82·남), 30번(68·여), 31번 확진자(61·여)에 이어 해외 여행력과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력이 없는 코로나19 감염자(40번·77‧남)가 추가로 확인됐다.

대구‧경북에선 31번 확진자가 다녀간 종교시설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으며, 지역 곳곳에선 의심환자가 발생해 응급실 폐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대규모 유행이나 전파라고 단언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코로나19가 방역망 통제 범위를 벗어나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19일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총 확진자는 전날 31명에서 51명으로 늘었다.

이날 발생한 40번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다. 이 확진자는 18일 한양대학교병원에 내원해 시행한 영상검사상 폐렴 소견이 확인돼 검사를 시행, 19일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 입원치료 중이다.

신규 확진자 중 18명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중 15명은 31번 확진자와 같은 교회(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를 다녀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1명(33번·40‧여)은 31번 확진자가 내원했던 병원(새로난한방병원) 내 감염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명에 대해선 중대본이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38번 확진자(57·여)는 지난 15일 119구급대를 통해 경북대병원에 입원 중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46번 확진자(27·남)는 W병원에 근무하고 있고 대구의료원 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37번 확진자(47‧남)가 31번 확진자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아 조사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 밖에 20번 확진자(41·여)의 딸로 자가격리 중이던 11세 여아(32번)가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돼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가 모두 7명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17~18일 확인된 29번과 30번, 31번, 이날 추가된 37번, 38번, 40번, 46번 확진자다.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 감염원이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뚜렷한 감염원을 추정하기 어려운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 같은 코로나19 공포감에 대구, 경북,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선 감염병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됐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일부 병원에서 단순히 의심환자가 다녀갔다고 응급실을 폐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이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역사회 감염을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겠다며 또다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위기경보 격상의 문제는 환자 발생의 양태와 환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대구는 방역체계 안에서 접촉자 수가 파악된 것이다. 단지 그 숫자만 가지고 위기경보 격상을 논하기에는 좀 빠르다”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이어 “감염 초기부터 전염이 일어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