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타트업으로 몰린 중국 밴처캐피탈
2020-02-18 18:18
지난해 4분기 중국 VC의 인도 투자 14억 달러 달해
중국 시장 투자 줄이고 성장 잠재력 큰 인도로 몰려
중국 시장 투자 줄이고 성장 잠재력 큰 인도로 몰려
지난해 중국의 ‘큰 손’이 인도를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계 밴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의 VC 투자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665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VC거래 건수는 54건으로 2013년 3건과, 2017년 27건에 비해 각각 18배, 2배 증가했다.
중국이 인도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든든한 자본줄이 된 셈이다. 실제 인도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3분의2가 중국 VC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VC투자자로 변신한 중국 IT 공룡들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중국 IT 공룡 알리바바가 투자한 인도 결제 솔루션 업체 페이티엠(Paytm)과 음식 배달 플랫폼 조마토(Zomato),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인도판 ‘우버 올라(OLA), 교육용 앱 바이주스(Byju’s)가 꼽힌다.
샤오미의 자회사 순웨이캐피탈과 홍콩 VC 모닝사이드밴처케피탈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있다. 자전거·택시 공유 앱 라피도(Rapido)와 소셜미디어서비스 쉐어챗(ShareChat)이다.
재미있는 점은 중국 VC의 총 투자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2018년 170개에 달하던 중국 VC는 지난해 61개로 급감했고, 펀딩 규모도 256억 달러에서 126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스타트업의 잇단 실패가 이어지면서 VC업계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도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은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정보 사이트 트랙슨의 네하싱 대표는 “이미 성장을 끝낸 중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 시장이 중국 VC의 투자 구미를 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대 시장을 두고 있으며, 특별한 시장 규제가 없는 것도 인도의 장점이다. 인도와 중국은 오랜 기간 지정학적 라이벌이었다. 인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對一路, 육·해상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거부해온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오미 등 다수 중국 기업들은 인도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별다른 규제가 없었던 덕분이다.
다만 인도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도 '게이트웨이 하우스 싱크탱크'의 아미트 반다리 연구원은 “중국 VC의 투자는 인도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해 주지만, 미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인도 기업들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