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中극장가 강타] 집에서 개봉 영화 바로보기...트렌드 되나

2020-02-19 08:00
1월25~27일 사흘동안 경마 조회수 6억건
경마에 이어 중국 영화 줄줄이 온라인 개봉 앞둬
"배급 시스템에 악영향"VS"시장 변혁에 도움될 것"

'6억건.'

중국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이례적으로 온라인으로 개봉한 영화 '경마(囧媽)'가 지난달 25~27일 사흘동안 기록한 온라인 스트리밍 조회수다. 쉬정 감독의 영화 경마는 애초 춘제 당일 극장가에서 개봉해 당일 박스오피스 수입만 2억 위안(약 3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작이다. 하지만 상영이 취소돼 막대한 손실이 예고됐었다. 

경마를 비롯한 강자아(姜子牙)',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 '긴급구원(緊急救援)', '급선봉(急先鋒)' 등 영화 8편이 춘제에 모두 상영되지 못했다. 나머지 7편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지만, 경마는 온라인 개봉이라는 남다른 선택을 했다. 영화 개봉이 취소된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온라인으로 진출한 셈이다. 

경마의 영화 제작사인 환시촨메이(歡喜傳媒)는 6억3000만 위안에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트댄스에 영화 판권을 매각했다. 바이트댄스는 25일 0시 기점으로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더우인(抖音·틱톡) 등 바이트댄스 산하 모든 모바일 플랫폼에서 무료로 상영했다.

환시촨메이의 '도전'은 통했다. 중국 대표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화 경마는 25~27일 사흘 동안 조회수가 6억건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후베이(湖北)성에서만 경마의 조회수는 2500만건을 넘어섰다. 

큰 손실이 예고됐던 작품이 온라인 개봉을 통해 '돈방석'에 앉자 극장가가 아닌 온라인 개봉을 선택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와 텐센트 역시 영화 '비룡과강(肥龍過江)'을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14일에 동시 상영했다. 비룡과강은 1978년 홍금보 감독·주연의 인기 홍콩영화 '비룡과강'을 리메이크한 동명 영화다.피해가 극심한 후베이성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상영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진가신(陳可辛)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국여자배구(中國女排)'도 온라인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다른 영화들도 온라인 개봉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경마(囧媽)' 포스터.[사진=영화 경마 웨이보 캡처]

다만 정식 개봉에 앞서 온라인 상영을 하는 것에 대해 영화업계와 배급사의 시선은 곱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온라인 무료 상영을 한 쉬정 감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쉬 감독이 경마를 무료 상영하자 22개의 극장 체인과 구이저우영화배급업계협회는 관련 당국에 온라인 상영 규제를 촉구하는 공동 긴급 요청문을 보냈다. 온라인 개봉이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개봉을 하게 되면 영화 배급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계 관행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베이징 영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중국을 강타하면서 영화 업계와 배급사에 큰 타격을 줬다"며 "영화가 앞으로 극장이 아닌 온라인 개봉을 하게 되면 극장 체인의 수익성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영화 경마의 경우 특수한 케이스"이라면서 "앞으로 영화가 온라인 상영을 통해 대박을 칠지, 쪽박을 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마의 온라인 상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사전 개봉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제기됐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쇼핑, 유통 분야는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정보통신(IT) 거물들이 '파이'를 나눠먹고 있고, 드라마 시장도 방송국이 아닌 각 동영상 플랫폼이 드라마를 자체 제작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영화 시장은 기존의 '터줏대감'들 때문에 변화를 이끌 수 없었다는 것.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영화가 온라인이라는 날개를 달고 시대의 흐름을 맞춰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