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IMO2020 효과 못보고 코로나19 발목…실적 빨간불

2020-02-16 13:45
IEA, 중국 원유 수입 감소로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하향
1분기 수익개선 IMO2020도 효과 미미…제품값 상승 지연

정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원유‧석유제품 수요가 하락하고 있는데다 IMO2020 규제에도 디젤 마진이 약세를 나타내면서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석유 수요 증가율은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전 세계 석유 수요를 1월초 당시의 추정치보다 36만5000bpd(barrel per day) 낮은 82만5000bpd로 전망했다. 이는 1월초 추정치 119만bpd에서 30.7% 떨어진 수치다.

중국 수요의 하락은 국내 정유사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정유 4사의 2018년 FOB 직수출 기준 대(對)중국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1억1387만7000Bbl(86억9594만6000달러)로 전체 5억3228만5000Bbl(430억2756만2000달러)의 약 21% 수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유와 항공유 크랙 마진(crack margin)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항공사들의 중국행 직항 운영 중단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플랫(Global Platts) 등은 향후 2개월 간 세계 항공유 수요가 5~15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분기 2625만 배럴 규모였던 국내 항공유 수출은 올해 1분기에 최대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중국 사스(SARS)가 발병했던 2003년에도 국내 정유사의 항공유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어 원유와 석유제품 수요 전망이 하락하고 있다”며 “전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전방산업의 부진이 정유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해사기구의 연료유 황 함유량 규제(IMO2020)의 효과도 미미하다. IMO 2020은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앞 다퉈 저유황유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호황'에 대비해왔으나, 제품값 상승효과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싱가포르 VLSFO(Very Low-Sulphur Fuel Oil) 가격은 지난달 미터톤(mt)당 700달러를 웃돌다가 올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22일 기준 64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또 황 함량 0.001% 국제 경유가격은 배럴당 83달러에서 최근 76달러까지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12~1월 사이 IMO 등에 따른 경유 마진개선을 기대했으나,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며 “따뜻한 날씨로 인해 저조한 난방유 수요와 세계 성장률 둔화 등이 겹치면서 실적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4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