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WTO 규범 위반"

2020-02-12 13:59
WTO, 일본 제소 내용 공개…기업결합심사 제동 우려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2일 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에 따르면 일본은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를 두고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로 공식 제소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은 이전에도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WTO 분쟁해결을 요청했다. 이는 2018년 양자합의가 이뤄졌으나 일본이 다음 단계인 패널 설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 제소는 첫 번째 제소 이후 조치까지 포함해 다시 이뤄졌다. 지난해 초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주와 보통주 610만주를 받기로 한 것이 새롭게 포함됐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은이 추가로 1조원 재정 지원을 보장하기로 한 내용도 들어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을 양자협의 요청의 사유로 적시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금융 제공을 포함해 자국의 조선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조치를 했다"며 "이는 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조선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원한 대출, 보증, 보험 등 역시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번 제소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제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