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초 글로벌 자동차공룡 탄생할까… 지리·볼보 합병 추진

2020-02-11 13:49
연내 합병 완료 목표…홍콩·스톡홀롬 주식시장 상장 추진

중국 최초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가 올해 내 탄생할 조짐이다. 중국 ‘자동차 대부’ 리수푸(李書福) 지리(吉利)자동차 회장이 10년 전 인수한 스웨덴의 볼보와 지리자동차의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리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리자동차와 볼보의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리자동차와 볼보는 공동 실무 그룹을 운영해 개발 방향, 인력 배치, 미래 전략 등을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만약 리 회장의 계획대로 지리와 볼보가 합쳐진다면 이 회사는 중국, 미국, 유럽에 생산 시설과 판매 시장을 갖는 중국 최초 글로벌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볼보와 지리의 자동차 생산량은 무려 260만대에 달했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 후에도 지리와 볼보, 지리 산하의 전기차 제조업체 링크앤코(Lynk&Co)가 가진 각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리 회장은 “하칸 사무엘슨 볼보 회장과 개별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회사 합병이 마무리되면 홍콩과 스톡홀름 주식 시장의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리자동차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볼보는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상장 추진이 연기됐다.  지리자동차 시가총액 160억 달러(약 18조9000억원)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합병회사의 가치는 최대 3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빈 주 홍콩 번스타인 앤럴리스트는 이번 합병 추진에 대해 “리 회장이 자신의 거대한 자동차 제국을 공고히 하고,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회수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조치로 회사 매출은 3배 늘어날 것이며, 영업이익은 두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리수푸 회장은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2010년 볼보를 사들인 데 이어 영국의 상징인 검은 택시 제조업체 로터스 카를 인수하고, 또 독일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AG 지분도 취득했다.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의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억만장자에 오른 리 회장은 중국에서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냉장고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가전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부도 위기에 놓인 국유기업 지리를 인수해 1997년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리자동차는 가성비 높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내 성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자리 잡은 뒤 볼보의 기술력을 더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