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이펙트] ① 중국발 전염병, 美 주택가격 밀어올린다

2020-02-10 06:00
불안심리에 국채가격 치솟아 모기지 금리 3년래 최저
고정금리 3.45%까지 하락…"주택시장 춘풍 거세질 듯"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세계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택시장이 의외의 수혜자가 되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우려로 국채 가격이 치솟으면서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테크 잡지인 머니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는 미국인이 최근 7년래 가장 많이 늘어났으며, 그 이유는 놀랍게도 바로 신종 코로나다"라면서 "이 둘은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글로벌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론 금리 뚝뚝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악화할 경우, 파장은 전세계로 퍼지게 된다.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게 마련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미국 모기지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변화는 극적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855%에서 1.582%까지 낮아졌다. 한달 간 하락률은 무려 15.58%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국 모기지론 이자율도 하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모기지 업체인 페디 맥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론의 금리는 3.45%까지 하락했다. 이는 일주일 전의 3.51%보다도 하락한 것이며, 1년 전 4.41%에 비해서 거의 1%P 하락한 것이다. 15년 고정 모기지의 평균 가격도 2.97%로 크게 낮아졌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를 타면서 미국 주택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5일 모기지은행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MBA)의 발표에 따르면 모기지신청건수는 전주에 비해서 무려 5%나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롭게 대출을 신청하는 리파이낸싱(재대출)은 무려 15%나 늘면서 지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기지신청건수는 해당주간에 MBA가 보증한 모기지 신규 신청 건수의 변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또다른 미국 거대 모기지업체인 페니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더그 던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은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며, 신용등급이 우수한 이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낼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모기지데이터 기업인 블랙 나이트는 1130만명에 달하는 미국 주택보유자들이 재대출을 낼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지적했으며, 이들은 대출 갈아타기로 평균 268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30년 모기지론 고정금리 추이 [자료=미국 모기지업체 프레디 맥  ]


◆WSJ "주택판매 성수기에 가격 추가 상승 가능"

계속되는 저금리에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서 미국 기존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매물은 여전히 부족해 기존주택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년새 미국 주택가격은 8%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22일 전미부동산협회(NAR)는 지난해 12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격의 중간값은 27만4500달러(약 3억2700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이 비해 7.8%가 상승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7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2만5000명(계절 조정치) 증가로 로이터 전문가 예상치인 16만명 등 시장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1월 시간당 임금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1%로, 시장 예상 3.0%를 상회했다. 양호한 고용시장과 임금 상승은 주택 구매욕을 높인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12월 시장에 나온 기존주택 매물은 140만채로 1년 전보다 8.5% 줄었다. 가격상승이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경우가 많았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12월 기존주택 재고는 3.0개월 치로, 11월 3.7개월 치에서 더욱 줄면서 20년 동안 NAR의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도 13년 만의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160만8000건으로 전월보다 16.9%나 늘어났다. 이는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138만건)도 크게 넘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무려 40.8%에 달한다. 

WSJ는 "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주택판매 시즌인 봄이 될 경우 미국 주택시장의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면서도 "이미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 일부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가격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주택구매심리지수(Home Purchase Sentiment Index)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패니매는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