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가 구독자 1억5000만명을 확보한 이유

2020-02-06 17:11
유료 구독자 수 매년 758% 성장… 풍부한 콘텐츠와 각국 미디어 플랫폼 활발한 제휴가 경쟁력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iQiyi)의 성장세가 매섭다. 아이치이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계열사 중 하나로 해외 콘텐츠와 중국을 연결하는 교두보를 발판으로 몸집을 키웠다.

6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이치이 구독자 수는 1억 500만명으로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인 1억5800만명보다 조금 뒤처진 수준이다. 아이치이는 2011년 구독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당시 중국은 드라마나 영화를 문단으로 복제해 이용했지만, 아이치이의 등장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본다는 개념이 심어졌다.

 

아이치이의 모바일 앱에 나오는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연합뉴스]


아이치이가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유료 구독자는 매년 765%씩 성장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까지 합산하면 약 5억명이 아이치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아이치이가 서비스를 처음 시작 했을 때는 유쿠와 투더우 등 중국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치이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 중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4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60%를 아이치이에서 볼 수 있으며, 중국 각 지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도 아이치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동앙위성TV에서 방영한 드라마 '노구문'과 온라인 독점 계약을 체결해 누적 조회 수 100억 회를 돌파한 바 있다.

 

아이치이 앱 구동 모습[사진=36커 캡쳐]


아이치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손을 뻗었다. 2015년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도묘필기'는 30억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이치이의 이름을 중국 전역에 알리는데 한류 콘텐츠도 한몫했다. 아이치이는 각국 미디어 플랫폼과 제휴해 해외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와 '별에서 온 그대'를 독점 계약해 각각 26억, 25억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넷플릭스와도 콘텐츠 계약을 맺고 아이치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아이치이는 콘텐츠의 인기를 커머스로 전환시키는 시도로 재미를 봤다.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의류나 화장품, 시계 등을 자체 온라인 쇼핑물 채널에서 판매했다. 아이치이의 이런 시도로 유료 구독 수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7억6200만 위안(약 6373억원)이었던 구독 수익은 2018년 106억 2300만 위안(약 1조7996억원)으로 불어났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글로벌 OTT 기업이 중국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아이치이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이유는 중국의 검열 정책에 있다. 중국 정부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해외 미디어 기업의 진출을 막았다. 넷플릭스는 2016년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중국 정부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아이치이는 해외 콘텐츠와 중국을 연결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현재 아이치이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총 6개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국어 인구가 많은 동남아 10개국이 대상으로 콘텐츠만 수출하는 방식이 아닌 해외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공식 출시해 해외 시청자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달 8일 아이치이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TV포럼에서 공위 아이치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동영상 시장이 구독자와 프리미엄 콘텐츠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의 시기를 지나 안정화됐다"면서도 "미래의 영상 시장은 과점 형태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해외 진출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