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서경배·LG생건 차석용, 올해 해외시장서 '한판'

2020-02-07 06:00
아모레, 매출신장에도 영업익 하락
LG생건, 지난해 매출액 사상 최대
모두 북미시장 정조준 치열한 경쟁
코로나 영향 中시장 의존도 줄이기

지난해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화장품 '빅2' 수장이 해외 신시장 개척이라는 같은 목표로 올해 또 한번 겨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해 대외 변수가 취약한 중국의 의존도를 줄여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후'의 선방으로 15년째 성장세를 이어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올해 더 큰 시장 도약을 외치며 북미 시장을 정조준했다.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북미 시장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어난 6조2843억원을, 영업이익은 9.3% 줄어든 4982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이 5조5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278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다만, 해외 사업 매출이 2조784억원으로 6% 증가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신규 투자와 채널 확대, 마케팅 비용 증가로 49.7% 감소해 1040억원을 기록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특히, 지난해 북미 사업 매출은 38% 증가한 930억원으로 해외 매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북미 성장의 일등공신은 1994년 출시된 장수브랜드 라네즈다. 브랜드 노후화로 역성장하던 라네즈는 2018년 이니스프리와 함께 스킨케어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미국 20·30세대를 타깃으로 북미 시장에 발을 들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를 시장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라네즈의 세포라 입점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데 이어 이니스프리, 프리메라도 세포라에 입점시켰다. 또 다른 스킨케어 브랜드 마몽드는 세포라의 경쟁사인 얼타뷰티에 들였다. 아울러 라네즈를 유럽 멀티브랜드숍에도 입점시키며, 호주·인도·필리핀에 신규 진출해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올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라면서 "멀티브랜드숍을 적극 활용해, 스킨케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상 최대 매출을 낸 LG생활건강도 북미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6854억원, 영업이익 1조1764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비 매출 13.9%, 영업이익 13.2%가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에는 최초로 분기 매출 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북미 시장 개척의 중추 역할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New Avon)이 맡는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뉴에이본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차 부회장의 올해 최대 과제인 셈이다. LG생활건강은 다음 달 미국 현지법인(LG Household & Health Care America)에 약 2024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취득 목적에 대해 "지분구조 변경 및 북미시장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뉴에이본을 기존 미국 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하고, 현지 영업망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등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이 LG H&H 미국과 뉴에이본을 각각 소유했다면, 이번 개편으로 'LG생활건강→LG H&H 미국→뉴에이본'으로 구조가 바뀐다.

뉴에이본을 활용한 사업 전개는 이미 활발하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인터넷 쇼핑몰 에이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에이본 화이트닝 에센셜 치약 2종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프리미엄 치약을 미국 현지화 해서 내놓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 ‘더페이스샵’과의 협업 제품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