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공화국] 연체율 증가하는데 DSR 탓에 건전성 우려

2020-02-05 08:00

카드론과 리볼빙 자산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라 연체율도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취약계층은 더 이상 돈 빌릴 곳이 없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취약 차주와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롯데·하나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 비율은 평균 1.14%다. 2018년 3분기(1.11%)보다 0.03%포인트, 2018년 4분기(1.10%)보다 0.04%포인트씩 증가했다.

1개월 이상 카드 연체액은 7개 카드사 합해서 3분기 1조4345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3762억원)에 비해 583억원 증가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용카드 연체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카드사에는 제1금융권과 달리 다중채무자 비중이 많다. 다중채무자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 3곳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채무자(1938만3969명)의 약 20%인 422만7727명이 다중채무자다.

이들은 한 곳에서 연체가 되면 다른 업권에서 돈을 빌려 갚는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연간 소득) 규제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대출이 막히게 됐다. 카드사는 DSR을 60%, 저축은행은 90%, 캐피털사는 90%로 관리해야 한다.

카드론 연체를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대출로 갚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돈줄이 막히게 된 상황에서 경기 부진이 계속된다면 연체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체율은 곧 금융사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카드사는 당국의 대출 규제에 따라 지난해 가계대출 총 자산의 7%까지만 가계 대출을 늘릴 수 있다. 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카드사가 카드론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아직까지 전체 연체율이 높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면 가장 취약한 카드론 차주부터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