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에 亞경제 충격파...연쇄 금리인하 부르나

2020-02-04 17:00
이번 주 필리핀 금리인하 전망...태국·인도 동결할 듯
4일 호주 금리동결..."산불·신종 코로나는 위험 요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확산 속에 중국의 관광, 제조,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아시아 주변국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변국가들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의 불똥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는 6일 필리핀 중앙은행이 정례회의에서 0.25%P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은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냉각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0.75%P 내린 바 있다. 

5일에는 태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동결에 무게를 실었지만 금리인하를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로이터 조사에서 전문가 23명 가운데 14명이 태국 중앙은행의 금리동결을, 9명이 0.25%P 금리인하를 점쳤다. 

태국의 경우 경제에서 관광업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그 가운데서도 중국 의존도가 유독 높은 만큼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안 그래도 가뭄과 정부 지출 지연으로 경제가 둔화하면서 올해 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8%에 그치고 있다.

부린 아둘와타나 방콕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태국 중앙은행이 경제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뭔가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관광업이 경제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엔진이 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올해 한 차례 이상의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국 아유다은행의 수지트 차이비차야차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그 시기를 오는 3월로 내다봤다.  

인도 중앙은행도 6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5%까지 곤두박질친 데다 지난주 발표된 2020회계연도 예산안은 부양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5년래 최고치로 껑충 뛴 만큼 금리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으리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들 중앙은행이 당장 행동에 나서진 않더라도 통화정책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하방압력은 큰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4일 정례회의를 연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으나 수개월째 계속된 산불과 신종 코로나 확산을 경제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 차례 금리를 내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루피아 가치가 급락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하루 전 시장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자카르타 소재 은행 BBCA의 데이비스 사무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경제둔화에 대비해 당국이 더 강한 부양조치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집행이 요구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3일 홍콩 MTR 로우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