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의 정치학] ②​총선 예비후보 30%, 음주운전·폭력 등 ‘전과자’

2020-02-04 07:34
음주운전·무면허 운전 등 도로교통법 위반 297건으로 최다
살인·성폭력·방화 등 흉악범죄 전력 가진 예비후보도 16명

21대 총선 예비 후보 세 명 중 한 명이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KBS 탐사보도부 '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범죄전력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공직 후보자 사퇴 시한을 넘긴 지난달 17일 기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1593명 중 447명(28%)이 전과자였다.

현행법상 범죄 전력은 피선거권 제한 요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후보를 거르는 역할을 각 정당에 맡기고 있다.

죄목별로는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비롯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297건으로 가장 많았다. 도로교통법 위반 중에서는 음주운전 전과가 1위였다. 137명의 예비후보자가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음주운전 전력이 2건 이상인 예비후보자도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103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92건 △공무집행방해 78건 △업무방해 59건 △공직선거법 위반 36건 △근로기준법 위반 26건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허경영 씨가 당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22명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112명 △민중당 31명 △정의당 23명 △무소속 21명 △바른미래당 8명 △우리공화당 4명 △노동당·민주평화당·새로운보수당·한나라당 각 1명 순으로 집계됐다.

살인·성폭력·방화 등 흉악범죄 전력이 있는 예비후보도 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명이 배당금당 소속 예비후보다. 살인이나 청소년 강간, 성매매 알선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가 다수다.

다만 이 같은 범죄 전력이 있는 후보들은 각 당의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해 실제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살인, 강도 등 강력범은 예외 없이 탈락시키기로 했다. 한국당도 성범죄에 대해서 벌금형 이상부터 후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특히 가장 많은 전과자 예비 후보가 등록된 배당금당도 공천 심사를 거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총선 예비 후보 가운데 전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17일 기준 중앙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1593명 중 전과자 비율은 28%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전과자 비율(15.3%)의 두 배에 근접했다.

통상적으로 전과자 후보들이 범죄 이력 공개를 피하고자 최대한 늦게 등록하는 경향이 있어 예비후보자 등록 마감일에는 4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전과자 비율은 40.6%로 21대 총선은 이 수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총선 예비 후보자의 전과 기록 공개 범위를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죄명과 형량, 형 확정 일자만을 선관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후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1월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회의원선거 D-80, 정책선거 홍보 및 18세 유권자 응원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