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막판 난항 더케이손보 인수 포기하나

2020-02-04 05:00
시간 지날수록 더케이손보 경영 악화···DLF 재제심까지 겹쳐

하나금융지주가 제시한 고용안정협약에 대해 더케이손보 노동조합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케이손보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관련 재제라는 변수가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작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순탄하게 진행되던 하나금융지주의 더케이손보 인수 작업이 노조의 강한 반발로 중지됐다. 더케이손보 노조는 새로운 대주주 후보인 하나금융지주가 제시한 고용안정협약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최근 더케이손보 노조는 현 대주주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실행하지 않고 용역·아웃소싱에서도 노조와 합의를 통해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이 합의안을 거부하고 구조조정을 노사협의로, 용역·아웃소싱 관련 사항은 합의 혹은 협의한다는 내용이 삭제된 새로운 고용안정협약을 제시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그룹 대다수 계열사의 콜센터와 IT 인력이 외주로 전환된 만큼 더케이손보를 피인수한 이후에도 유사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케이손보 노조는 자사 콜센터 정직원 200여명과 IT 인력 40여명에 대한 고용보장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더케이손보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9월 말 기준 더케이손보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69.2%로 2018년 말 193.7% 대비 24.5%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면 지난해 말 혹은 올해 3월 말 RBC비율이 당국의 권고치인 1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기시정조치를 회피하려면 시급히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자본을 확충해야하는 상황이다.

수익성 하락도 우려스럽다. 더케이손보는 지난 2018년 105억원, 지난해 누적 3분기까지 11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아직 모두 합산되지 않았으나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결과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더케이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더케이손보가 건전성과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 구조를 구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에서도 나름 문제가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DLF 사태'에 대해 하나은행에 영업 일부정지, 관련 임원들에게 문책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조만간 금융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중징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어 더케이손보 등 마찰이 심한 인수·합병(M&A)은 그대로 좌초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오래 걸릴수록 매물인 더케이손보의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하나금융도 고민이 될 것"이라며 "지배구조 문제가 겹친 입장이라 순탄치 않은 더케이손보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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