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막은 신종 코로나 공포...中 IT기업만 '춘제 특수'

2020-01-30 08:00
명절에 집안에서 TV·스마트폰만 만지작
특집방송·훙바오 이벤트로 온라인 후끈
콰이서우, 춘완 공식 파트너로 흥행 대박
바이트댄스, 상영 취소된 영화 판권 매입

#중국 베이징에 사는 30대 천(陳)모씨는 춘제(春節·중국 설) 전날인 24일을 줄곧 고대해왔다. 천씨는 "가족이 모여 섣달 그믐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녠예판(年夜飯)'도 기다렸지만, 올해는 춘제 특집 TV 프로그램 춘완(春晩)과 훙바오(紅包·세뱃돈)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나 컸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캘린더에 적힌 기업별 '훙바오 공략'과 일정을 보여주며 "이번에는 훙바오 이벤트에 모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천씨는 이번 훙바오 이벤트로 쏠쏠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미는 물론, 지갑도 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26일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보도된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확산되면서 관광·항공·유통 등 산업계 전반이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에 빠져들었지만 온라인에서 만큼은 춘제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춘제 연휴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콰이서우는 지난해 12월 중국 관영 CCTV의 2020년 새해맞이 특집 프로그램인 '춘완'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그래픽=아주경제]



◆콰이서우, 춘제 당일 누적 시청자수 11억명 돌파...지난해보다 훨씬 웃돌아

중국의 설 명절 춘제는 14억 중국인의 지갑이 활짝 열리는 최대 소비 대목이다. '춘제 경제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춘제 소비액은 향후 1년을 점치는 중요한 지표로 분석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중국 IT 기업들은 춘제만 되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바일을 통해 세뱃돈을 주고받는 '훙바오' 전쟁을 펼쳐왔다.

중국의 새해맞이 특집 프로그램 '춘완'을 통해서다. 중국인들은 최대 명절인 춘제 전날 밤 CCTV 생방송 갈라쇼인 춘완을 시청하면서 음력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다.

춘완은 1983년 첫 방송한 이후 매년 춘제 때마다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프로그램'이다. 다섯 시간에 걸쳐 방영되는 춘완은 중국 전역에서 10억명 넘게 시청한다. 춘완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면 그만큼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지난해 공식 파트너였던 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인 바이두(百度)의 경우, 섣달그믐에만 바이두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가 3억건에 달했다.

올해 춘완 공식 파트너로는 중국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공유 앱 콰이서우(快手)가 선정됐다. 콰이서우 역시 '춘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콰이서우는 올해 춘완 생방송 도중 앱에서 영상을 보거나 콰이서우 앱의 춘완 공식 계정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에게 홍바오를 뿌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대성공이었다.

콰이서우에 따르면 24일 당일 춘완 생방송 중 콰이서우 앱에서 영상을 본 누적 시청자 수는 7억8000만명을 돌파, 최고 동시 접속자 수만 30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다음 날 새벽 콰이서우는 공식 웨이보를 통해 "춘완에서 5차례 10억 위안 훙바오를 뿌렸는데 연인원 639억명이 훙바오를 주고받았다"며 "이는 지난해 바이두(208억명)보다 훨씬 웃돈 수치"라며 자평했다.

올해 춘완에서 TV 이외 모바일 등 뉴미디어로 생방송을 본 누적 시청자 수는 11억명을 돌파했다. 같은 시각, TV 시청자 수인 5억8900만명의 두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쉬정 감독의 영화 '경마(囧媽)' 포스터. [사진=영화 경마 웨이보 캡처]

◆바이트댄스, 신종 코로나로 취소된 영화 판권 사들여 무료 방송

춘제 기간 콰이서우와 함께 수혜를 누린 기업이 있다. 바로 바이트댄스이다. 바이트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춘제 덕분에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중국 극장가에선 춘제 연휴에 맞춰 개봉하려던 영화 상영이 줄줄이 취소됐다. 그런데 바이트댄스는 영화 개봉이 취소된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은 것이다. 

바이트댄스는 개봉 전에 미리 영화 판권을 사서 이례적으로 춘제 연휴 기간 온라인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쉬정 감독의 영화 '경마(囧媽)'다. 원래는 춘제 당일 극장가에서 개봉해 당일 박스오피스 수입만 2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작이다. 하지만 상영이 취소돼 막대한 손실이 예고됐었다. 

그런데 경마의 영화화 제작사인 환시촨메이로부터 6억3000만 위안의 판권을 사들인 바이트댄스는 25일 0시 기점으로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더우인(抖音·틱톡) 등 바이트댄스 산하 모든 모바일 플랫폼에서 무료로 상영했다.

바이트댄스의 '도전'은 통했다. 중국 대표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화 경마는 25~27일 사흘 동안 조회수가 6억건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후베이(湖北)성에서만 경마의 조회수는 2500만건을 넘어섰다.

이밖에 더우인은 20억 위안의 훙바오를 고객들에게 배포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카드 모으기, 게임, 추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훙바오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우한 폐렴 확산 현황[그래픽=연합뉴스]

◆중국 IT업계 호황, 신종 코로나 덕분?

중국 전문가들은 콰이서우와 바이트댄스 등 IT기업들이 호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신종 코로나 여파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가족끼리 조용히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급증해 TV나 인터넷 사용량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다른 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반면, IT 산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춘제가 지났지만 IT 기업들의 고객 유치 쟁탈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IT업계를 제외한 중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들은 춘제 기간에 여행과 여가, 선물 등으로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춘제를 앞두고 바이러스가 중국을 강타했다"며 전염병이 얼마나 더 확산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중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의 타격은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계소비와 맞물린 분야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첫 발병지인 우한시 내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우한시 밖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0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4586명, 사망자는 162명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