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에 '반등' 기대했던 韓경제도 비상
2020-01-28 09:56
수출·관광에 직격탄…유커 급감-소비침체로 이어질 듯
우한 폐렴 장기화되면 경제 악화 우려
우한 폐렴 장기화되면 경제 악화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되면 올해 2.4%의 성장률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감하면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KIEP는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2년 약 212만명이었으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약 18만명 감소한 194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2002년 53만9400여명에서 2003년 51만2700여명으로 감소했다. 메르스 사태 때는 외국인 국내 방문자 규모가 2015년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급감했다. 한국 GDP도 0.2%포인트 감소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경기 둔화와 소비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한국 역시 코스피의 경우 28일 2,200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9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38포인트(2.42%) 떨어진 2,191.75를 가리켰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91포인트(2.40%) 내린 2,192.22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급등해 1170원대를 넘어섰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에 일조하면서 이날 환율은 1170원대 후반에서 1180원대 초반을 오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8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방역예산지원 및 경제영향 최소화 점검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리 경제, 특히 실물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꼼꼼히 점검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국내 경제활동의 경우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고 앞으로 전개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등 과거 사례를 참고해 관광·서비스업 등 내수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철저히 점검·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준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금년 예산에 반영돼 있는 방역대응체계 구축운영비 67억원, 검역·진단비 52억원, 격리치료비 29억원 등 총 208억원의 방역대응 예산을 신속 집행하겠다"며 "특히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전세기 파견 예산 10억원도 이미 예산에 반영된 만큼 전세기 파견 결정 시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이미 확보된 예산으로 부족하거나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경우 금년 예산에 편성된 목적 예비비 2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7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긴급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경기 반등을 위해서도 정책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계획된 민간·민자·공공투자 100조원, 투자·소비 관련 세제지원, 정책금융 479조원 등을 신속히 집행하는 등 경기 반등 모멘텀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기반으로 우한 폐렴이 향후 확산 정도와 국내 발병·사망자 발생 추이에 따라 향후 3-4개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한 폐렴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후유증이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