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업의 추락 上] 2년 연속 2위… 패권 굳히기 나선 한국

2020-01-28 08:00

‘한국 조선업체들이 신규 발주를 많이 받아 중국 조선업체의 몫을 차지했고, 벌크선 분야에서는 일본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스선 분야에서는 한국이 독주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중국 언론이 밝힌 지난해 자국 조선 산업 부진의 이유다. 중국 조선업이 2년 연속 한국에 밀리며 2위 자리에 머물렀다. 국수국조(國輸國造·중국산 제품은 중국산 배로 수송한다) 정책에 힘입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조선업을 휘어잡을 태세였지만 급속히 위축되며 우리나라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고질적인 품질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중국이 수주해 건조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시험 운전 2년 만에 폐선 결정을 내리며 글로벌 선주들의 불신을 샀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전화위복이 됐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LNG 운반선(174k)은 48척이다. 이는 전체 발주량(51척)의 94%에 달한다. 이외에도 초대형 유조선(초대형 유조선)은 31척 중 18척(58%),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36척 중 22척(61%)을 수주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부가가치 선박들이다.

올해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LNG선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이 이뤄질 전망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발주는 전년보다 대폭 증가한 3850만CGT(표준화물선환선톤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 배경은 러시아와 카타르, 모잠비크 등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유 해상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초대형 유조선) 발주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62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신규수요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박무현 연구원은 “올해 해상을 통한 원유운반량이 전년 대비 8400만t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도 조선 산업에 긍정적이다. 선박 연료에 허용되는 황 함유량이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된 것이 골자다.

그간 선주들은 규제시행을 앞두고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와 스크러버(탈황설비) 설치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하지만 저유황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은 기존 선박과 신규로 주문하는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선업계는 선주들이 잠시 접어뒀던 선박 발주를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를 위축시킨 미·중 무역분쟁이 단계별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시황 개선에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