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그 후] 부산상의 허용도 회장의 '재선 불출마 발언'…뒷말 무성

2020-01-23 16:17
지역경제계, '정치성 중립' 논란 자성 목소리…내년 3월 선거 앞두고 지난 선거 '과열 재현' 우려 높아

지난 2019년 7월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창립 130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부산상공회의소 제공]

2년 전에 전례 없을 정도로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부산경제계 수장 자리에 오른 부산상공회의소 허용도(72) 회장이 연임 도전 예상과 달리 내년 3월 재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변에 공언했다는 얘기가 보도된 뒤 부산상의 안팎에서 그 배경과 후임에 대한 입방아가 한창이다.

지난 21일 본보에 처음으로 허 회장의 '차기 선거 불출마' 발언이 기사화 되자, 허 회장의 재선 포기에 대한 나름 해석을 전해오는 지역경제인들이 있는가하면 차기 회장을 노리는 '특정인 띄우기' 포석이 아니냐며 순수성을 의심하는 반응도 있었다.

지금까지 전례로 볼때 부산상의 회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 놓은 시점에서 차기 불출마를 공언하는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은 허 회장의 발언 배경에 모아졌다.

허 회장은 언론에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피하고 있다. 부산상의 홍보실에서도 "아직 1년 넘게 남아있는 임기가 남아 있는 시점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돌 이유가 없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역경제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허 회장은 지난해 12월2일 부산컨트리클럽(부산CC)에서 열린 '부산상의 의원 송년회'에 참석한 자리를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상임위원 등에게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취임 이후 추진한 자신의 핵심 공약사업 대부분이 아무리 진척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하더라도, 10여년 전부터 상의 회장 선거때마다 고개를 내밀던 허 회장의 집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를 지켜본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두고 33세때 혈혈단신으로 단조(鍛造·열을 가해 만든 금속물) 공장을 만든 뒤 시가 총액 4000억원에 달하는 기업(태웅)으로 키워낸 철인(鐵人) 허용도 회장의 기를 꺾은 요인은 무엇일까.

허 회장이 주변에 '재선 불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기 시작한 시점은 오거돈 시장과 언쟁을 벌였던 시기와 묘하게 맞물린다. 오거돈 시장과 허 회장은 신공항 추진 문제를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며 감정적으로 격하게 맞선 사실이 올해초 부산일보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전임 회장때부터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을 만들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여론을 주도해오면서, 오거돈 시장 취임 이후에는 '경제활성화 with 상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부산시와 공조 체계를 강화하려 노력했던 부산상공회의소의 수장 입장에서는 '더욱 더 노력'을 당부하는 오 시장의 문제 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오 시장의 생뚱맞은 '훈계'는 차치하고라도, 지역경제계를 대표하는 부산상의가 자체 규칙상 엄격한 정치적 중립 원칙에도 정치적 지형에 따라 정치권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자초했다는 게 뜻있는 지역경제인들의 자성 섞인 실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역대 선거에서 '정치권 개입설'로 가장 혼탁했던 선거는 허 회장이 출마했던 지난 '제23대 선거'다.

2018년 3월 선거 9개월여를 앞두고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여수에서 특혜분양을 받았다는 소문에 시달리다가 그해 11월 결국 자진사퇴했다. 박 회장 사퇴 직후에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10년 후배인 장인화 동인철강 회장이 등판하면서 '친여권 인사의 선수교체'라는 얘기들이 나도는 등 과열 선거는 막바지 선거일까지 이어졌다.

이같은 혼탁 선거는 허 회장이 추대되는 외관과 별도로, 허 회장과 장 회장이 상공의원의 지분을 나누는 모양새로 봉합됐다. '정치적 야합'이란 꼬리표를 단 셈이다. 허 회장의 무력감은 이미 취임때부터 잉태된 셈이다.

그렇다면, 내년 3월 취임하는 제24대 회장에 나설 후보들의 선거전은 어떨까. 최근 지역경제인들이 들려둔 두 가지 장면이 향후 선거 양상을 시사한다.

"허용도 회장은 (최근 만남에서 불출마 선언과 관련) '가덕도 신공항 결정과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지난번 자진 사퇴한 박수관 회장이 올해 처음으로 (상공의원에게) 설 선물을 돌렸다. 정치권 개입설 선거의 재판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