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전엔 상냥男, 만나고 보니 사냥男...채팅앱 두 얼굴

2020-01-23 01:10
채팅앱 시장 커지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5명 중 1명은 음란 대화·성적 접촉 유도당해
부담 없는 만남이 책임 없는 범죄로 이어져

일본인 유학생 미사키씨(가명)는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지난 18일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한 남성으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미사키씨는 "상대 남성과 앱에서 대화할 때 상냥해 보여 만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자 술을 강요하고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등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무서웠다"고 말했다.

간편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채팅 앱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만남이 늘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이 2018년 8월에 내놓은 소개팅 앱 이용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92만명이 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만남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도 많다. 애플리케이션 조사업체 앱애니(App Annie)가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지출액 상위 10개 순위에 눈데이트, 아만다, 앙톡, 당연시, 이음 등 소개팅 앱이 절반을 채웠다. 이준경씨(가명)는 "앱에서 대화를 먼저 나누고 만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 직접 만나는 소개팅보다 부담이 덜해 주변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갈수록 커지는 채팅 앱 시장 규모에 따른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편한 만남이 도리어 불편한 경험으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채팅으로 만난 외국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외국인은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뒤 채팅을 통해 남성을 사건 당일 처음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데이팅 앱 사용자 절반이 "앱을 사용하다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특히 5명 중 1명은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성을 악용하는 위험도 있다. 조사에서는 이용자의 약 40%가 외모·직업·학력 등 프로필을 속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팅 앱을 사용했던 여성 서은경씨(가명)는 "(상대방이) 만난 지 얼마 안 돼 지나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때도 있다. 당시에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채팅 앱 피해 사례에서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채팅 앱으로 만난 30대 남성과 술을 마신 뒤 모텔로 가자며 음주운전을 유도해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아 가로챈 20대 여성 등 사기단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채팅 앱을 이용한 범죄가 반복되면서 예방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앱을 통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방이 신뢰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면 연락을 중단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할 때는 곧바로 주변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