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다] 푸르덴셜도 철수...글로벌 보험사가 한국에서 힘못쓰는 이유
2020-01-27 12:12
자율성 부족…"상품 출시, 본사와 의사소통에만 한달 넘게 걸려"
홍보ㆍ행사 등도 자율적 의사결정 힘들어...빠른 변화 대처 불가능
홍보ㆍ행사 등도 자율적 의사결정 힘들어...빠른 변화 대처 불가능
하지만 외국계 보험사 종사자들은 국내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내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 본사와 한국 현지법인간 의사소통 및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영업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속도가 빠르고 마케팅, 판매 경쟁 등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91년 한국 장에 진출한지 29년 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했다.
해외 보험사의 국내시장 철수는 비단 푸르덴셜생명만의 얘기는 아니다. 앞서 독일 알리안츠그룹도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하고 떠났으며, ING생명(오렌지라이프)도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는 각각 9곳, 16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글로벌 상위에 있는 보험사들이지만 국내 보험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그동안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시장에서 철수 또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금리, 규제 등 국내시장의 어려움을 꼽았다. 하지만 이는 국내 보험사도 매한가지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빠른 경쟁 구도를 견디지 못하는 외국계 보험사의 내재적 요인, 특히 의사소통 문제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외국계 A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에 앞서 여성 미니암보험을 출시했으나 이를 위한 상품 자료를 준비하기까지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라 한 달이 꼬박 걸렸다"고 털어놨다.
당시 국내 대형 보험사 중 한 곳이 A보험사 상품을 보고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고 반응이 좋자 마케팅,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 대박을 터트렸다. 반면 A보험사 상품은 시장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야 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속도, 혁신이 중요한 시대에 상품 하나 선보이고 자료 하나 제공하기까지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다"며 "이 때문에 국내 보험사와 경쟁하기가 너무 불리하다"고 털어놨다.
외국계 B보험사 관계자는 "다른 회사와 협업해 유방암과 관련한 행사를 열어 이를 알리고자 자료를 준비했는데, 본사에 알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자율적으로 국내 웹사이트에 배포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본사로부터 왜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느냐고 바로 연락이 와서 자료를 다시 회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해외 본사로부터 비용을 절감하라는 통보를 받기도 해 비용을 투입해 상품을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국내 대형 보험사들과 경쟁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생존하려는 외국계 보험사 고충과 사정을 본사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푸르덴셜생명 매각 이슈도 외국계 보험사의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B보험사 관계자는 "누가 잘 나가는 탄탄한 푸르덴셜생명이 갑자기 매각될 지 알았겠냐"며 "매각 결정 역시 해외 본사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국내 직원들은 이를 통보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답답함이 많았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