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상 '외교통' 리용호 빼고 '군출신' 리선권으로?…대미·대남 전략 변화 주목

2020-01-19 18:31
북·미 대화 장기전 속 외교라인 재정비주요 보직 인사 윤곽도
‘강경파’ 임명에 강경 드라이브 전망…군 출신 대남 라인 인사

북한의 외교라인 ‘투톱’으로 꼽혔던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모두 해임되면서 향후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리 부위원장은 당 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해임이 결정됐고, 최근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주목할 점은 리 외무상의 후임으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내정됐다는 점이다.

19일 복수의 외교·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주 후반 외무성 교체 내용을 북한 주재 외국대사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오는 23일 평양에서 열리는 공관장 행사 전에 리 위원장의 부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등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들은 전날 급히 평양으로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출신’ 리선권, 외무상 임명설…왜 파격적인가

대북 전문가들은 리선권 외무상 교체가 사실이라면 파격적인 인사라는 점에 입을 모으며 23일로 알려진 공관장 회의 이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북한의 외무상은 전통적으로 외교 쪽에서 업무를 봤던 인물로 정해진다. 또 대남 라인의 인물을 외무상으로 임명하는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군 출신이자 대남 라인인 리선권을 외무상 자리에 앉힌다는 것이다.

신임 외무상으로 거론되는 리선권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말하는 등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분류된 인물이다.

군인 출신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를 맡으며 남북 간 군사 관련 문제를 담당했고,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을 이끌며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리선권은 주로 군 쪽에서 일했던 인물이라 외교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선권은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 인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로, 전원회의 이후에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23일 외교공관장 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그 부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인사가 사실이라면) 당 행정, 외교라인을 모두 바꾼 것으로 정상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들다”면서 “왜 지금 시점에서 리 외무상을 교체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가되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전원회의 인사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왜 경질 대상이 됐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리용호 외무상(왼쪽)과 그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강경파·대남라인’ 北 외무상, 대미·대남 전략 변화 있을까

리선권이 북한 내 대표적인 대미·대남 강경파로 알려지면서 향후 북한이 북·미 대화, 남북 협력에도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관장 회의 이후 나오는 발표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단순히 외무상만 리선권으로 교체되는 것이라면,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정면돌파전’을 강조한 것에 그친 인사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만약 외무성 대미 라인이 모두 교체된다면 이전보다 강경한 자세의 대미 전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일단 북한이 사람에 따라서 정책이 변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리선권이 강경 인물로 알려진 것이 대미·대남 강경 노선 변화 가능성을 등장하게 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은 “신임 외무상 임명 이후 가시적인 동향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북한도 장기전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대남, 대미 라인을 정비할 것이고, 세부 인사는 오는 2월 16일 전후로 이뤄질 전망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2월 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로 북한의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있다. 

외무상만 교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대미 외교라인 전체가 교체되는 인사인지를 확인해야 북한의 대미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해 말 전원회의를 통해 단행된 북한 당내 주요 보직 인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항일빨치산 1세’ 황순희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른다면서 당·정·군 간부 70명으로 구성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북한은 주요 행사나 명단을 소개할 때 주로 권력 서열순으로 호명하기 때문에 황순희 장의 명단은 전원회의의 인사 결과에 대한 일종의 ‘참고 자료’가 되는 셈이다.

당 부위원장 중 장의명단에서 빠진 인사는 리 위원장과 박광호(당 선전선동부 부장), 김평해(간부부장), 안정수(경공업부 부장), 태종수(군수공업부 부장) 등 5명이다. 12명의 당 부위원장 중 거의 절반이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북한 당 간부들의 단체사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