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임기 2기' 김준 SK이노 총괄사장…'턴어라운드' 이뤄낼까
2020-01-19 14:59
배터리사업 적자기조…정유·석유화학 등 캐시카우도 수익성 '반토막'
최태원 회장 강조한 '사회적 가치' 과제도…'그린밸런스 2030' 드라이브
최태원 회장 강조한 '사회적 가치' 과제도…'그린밸런스 2030' 드라이브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회사 업황 관련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하락세를 거듭해 최근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김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10년의 항해를 위한 토대를 다지는 한 해"라는 표현을 뒤집어보면 당장은 성과를 나타내기 어렵다는 인식도 묻어난다.
◇ '배터리 드라이브' 걸었지만…첫 임기 때보다 혹독해진 대외여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로 양분돼 있던 국내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균열내고 '3파전'으로 판을 새롭게 짰다. 그 중심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17년 총괄사장 취임 직후부터 전기차 배터리 신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1.7GWh에 불과하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19.7GWh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 'CES 2020'에서 "미국과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확장하겠다"면서 "아시아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피하고,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말 현재의 누적 계약주문은 전년도 320기가와트시(GWh)에서 500GWh로 늘었는데, 생산설비 확장은 이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추가 투자계획은 배터리 부문이 예상보다 1년 뒤인 2022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그간 역량을 키워온 배터리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과 최첨단 소재들이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이제 e-모빌리티 혁신을 앞당겨 고객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속도를 내자"고 딥체인지(근원적 변화) 가속화를 주문했다.
배터리사업으로 인한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현금창출력을 보여야 할 정유·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량은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은 1조1587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2조3991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김 사장 취임 초기에 정유·석유화학 초호황기가 이어졌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가총액 20조원을 목표로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던 것도 옛말이 됐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16일 13만2000원로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 시가총액은 12조원340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 또 하나의 과제, 사회적 가치 창출…친환경 사업으로 '그린밸런스' 추구한다
이번 임기에는 수익성 개선 외에도 중요한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2018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보면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 3241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손실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손실로 측정된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도 환경 공정에서만 1조427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대규모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는 SK이노베이션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같은 이유로 김 사장은 지난해 '그린밸런스 2030' 계획을 선포한 바 있다. 친환경 사업을 통해 환경가치의 밸런스를 맞추겠다는 목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등이다. 배터리 사업은 자동차 패러다임을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VRDS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함량 규제 강화에 발맞춰 황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저유황중유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아직은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해석한 수준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린밸런스 2030'이라는 명칭이 내포하듯, 진정한 친환경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10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 측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SK에너지 대표 시절,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턴어라운드 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SK이노베이션 대표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수익성 악화와 배터리 분쟁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놓인 SK이노베이션에서 또 한번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