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한국, 이젠 중국과 금융으로 승부할때
2020-01-18 10:44
실물경제 커지면서 자금 갈증 커진 중국, 기업부채비율 세계 최고 수준
중국은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나서 불과 32년 만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고 40년 만에 미국 GDP의 66%에 달하는 실물경제의 기적을 이루었다. 250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 보는 빠른 성장이다.
경제는 실물과 금융이 서로 마주 보며 성장한다. 사회주의 공유경제의 나라 중국은 애초부터 기업의 자본이 필요 없었고 그래서 자본시장의 발전도 늦어 1990년에 자본시장을 개장했다.
사회주의 공유경제가 시장경제화되면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고 돈으로 거래된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갈증이 커지게 되어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실물경제가 커질수록 돈의 갈증이 더 커진다.
자본시장이 늦게 발전한 중국은 자금의 갈증을 손쉽게 국유은행을 통해 은행차입금으로 해소했다.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이 65%, 채권발행이 30%이고,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은 5%에도 못 미친다. 그 결과 바닷물을 마신 자금의 갈증은 더 심해져 기업부채가 GDP의 160%에 도달해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기업부채비율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지금 중국경제에서 문제는 실물이 아니라 금융이다.
금융,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이지만 1945년 이후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 완벽하게 이긴 전쟁이 없었다. 한국전, 베트남전, 이란·이라크전쟁 등에서 싸움하다가 대부분 중간에서 손 털고 나왔다. 1985년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2018년까지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전 세계에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최종 승자는 항상 미국이었다. 미국은 금융전쟁에서는 단 한번도 져본 적이 없는 나라다.
미국이 2018년부터 중국에 무역흑자 시비를 걸어 무역전쟁을 벌였고, 2019년에는 화웨이 제재를 시작하면서 기술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들어서는 환율조작 금지,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금융전쟁을 벌일 태세다.
번 것보다 많이 쓰고, 빚내 쓰는 것을 즐기면 언젠가는 다친다. 중국은 마구잡이식 대출로 돈의 갈증을 풀었지만 부채비율을 낮추지 않으면 컨트리 리스크가 점점 커진다. 해법은 주식시장에서 이자 없는 돈을 조달해 자본을 늘리면 된다. 미·중의 전쟁이 1단계합의로 무역전쟁은 마무리 단계지만, 2020년부터는 금융전쟁의 시작이다. 중국은 부채비율이 높은 취약한 금융구조를 빨리 손봐야 한다.
중국, 한국 전통제조업의 무덤으로
중국이라는 대륙의 평원에 쉽게 뿌리 박았던 한국기업들이 줄줄이 퇴출 중이다. 중국에 깃발만 꽂으면 돈이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나간 꿈이다. 이젠 중국은 한국 전통제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평지의 활엽수는 성장은 빠르지만 쭉쭉 벗은 몸매를 조심해야 한다. 빨리 자라면 빨리 베여 나간다. 그러나 절벽에 선 소백산 정상의 주목나무는 천년을 간다. 척박한 환경에서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면 오래가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한국기업 퇴출도 긴 시간의 축적을 통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독보적 자리를 확보한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산업은 미국→일본→한국→중국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국제적 이전의 기러기 행렬에 기대어 국가 간 시차를 통해 손쉽게 벌었고 빨리 자랐다. 그래서 중국정부와 기업의 시선이 부러움에서 시기와 질투로 바뀌었고, 마침내 최악의 순간이 올 때까지도 우리는 중국 가마솥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했다. 우리 식으로 하다가 판판이 깨졌지만 변한 것이 없었다.
중국이 2016년 이후 공급측 개혁을 통해 3년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5~10개 기업을 키우기 위해 모든 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도, 공교롭게 사드사태와 겹치는 바람에 우리는 중국 욕만 했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우리와 거래하던 작은 민영기업들의 퇴출과 부도를 보고 중국의 위기론만 외쳤을 뿐 중국에 불어온 변화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한국은 서방언론의 중국 그림자금융 위기, 지방부채 위기, 부채위기만 줄기차게 리바이벌하고 우리끼리 맞네 틀리네 갑론을박했지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에 눈을 감았다. 세계 1위의 스마트폰 회사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 0%대 추락을 중국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보지 않고 중국의 내수불황, 경제위기로 해석했다.
숙명으로 부딪혀야 하는 나라 중국, 금융으로 승부할 때
중국의 2019년 1인당 소득은 1만 달러다. 2018년 기준 세계 77억 인구 중 1만 달러 이상 소득의 인구가 16억인데 2019년에 중국이 1만 달러에 진입함으로써 1만 달러 클럽인구 30억명을 한방에 만들었다. 드디어 중국이 세계의 소비대열에 끼어든 것이다.
패권은 뺏는 것 아니면 빼앗기는 것이다. 미·중이 치고 받는 것은 필연이다. 한국에게 중국은 점점 거대해지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국과는 지리적·경제적·군사외교적 측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의 나라 중국, '지중(知中)'하지 못하면 '극중(克中)'은 없다.
대국의 패권전쟁이 길어질수록 금융전은 강해진다. 미·중의 무역전쟁 다음은 금융전쟁이다. 미·중의 전쟁 속에 화약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가 풍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의 금융개혁과 금융개방의 폭도 넓어진다. 제조업에서 반도체 하나 빼고는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별로 없어진 한국은 대중국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
서방이 중국경제위기론을 떠들던 2019년에 외국인투자가들은 중국 주식을 59조원이나 순매수했다. 2020년 들어서도 중국 주식을 하루 평균 1조원씩 쓸어담고 있다. 전 세계가 저성장, 마이너스 금리에 신음하자 전 세계 투자가들이 중국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도 중국기업에 물건 팔아 돈 버는 것이 아니라 잘나가는 중국기업에 투자해서 돈 버는 모델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때다. 돈이 일하게 해야 한다. 중국기업에 투자해서 돈 벌려면 중국을 깊이 연구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 지중(知中) 노력을 무조건 친중(親中)사대주의로 몰아가면서 중국연구는 않고 중국의 위협적 변화를 무시하다 보면 기회는 놓치고, 중국에 당할 가능성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