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KT '사장' 구현모, "국민이 주인인 기업 만들겠다"

2020-01-17 11:19
첫 조직개편·인사 단행, ‘안정’보다 ‘혁신’ 선택…구현모·박윤영 공동 사장 체제
사원으로 입사한 정통 'KT맨'에서 사장까지 올라…’듣는 리더십’ '소통왕' 행보 주목

구현모 신임 KT 사장. [사진=KT 제공]

[데일리동방] 구현모 KT 최고 경영자(CEO) 내정자가 조직 무게를 덜고 속도 중심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회장'에서 '사장'으로 몸을 낮춘 사원 출신 구현모 사장이 16일 첫 조직개편에서 보여준 경영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다. 젊고 스마트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40대 젊은 인재들을 대거 승진시키고, 임원 숫자도 대폭 줄였다.  

KT가 내놓은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빠르고 유연한 고객 요구 수용 △디지털 혁신(DX・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미래사업 추진 △준법경영 체계 완성이다. 이는 구 사장이 KT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제시한 3대 핵심과제인 △AI와 클라우드 분야의 핵심 인재 육성 △고객발 자기 혁신 △사회적 가치와도 맞닿아있다.

구 사장은 지난 13일 "고객들과 더 밀착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민첩하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성과·능력 위주 인재 중용원칙…40대 젊은 임원들 대거 약진

고객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영업과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7개(커스터머・기업・AI/DX융합사업・네트워크・IT・경영기획・경영지원) 부문으로 통합했다.

기존 커스터머&미디어부문과 마케팅부문을 합쳐 ‘커스터머(Customer)부문’을 신설,  5G와 기가인터넷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IPTV, VR(가상현실) 등 미디어플랫폼 상품∙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토록 했다. 5개 실도 3개(컴플라이언스위원회・법무실・윤리경영실)로 재편됐다.

또 기업 고객(B2B)과 글로벌 고객(B2G) 담당 부서를 합치고 기존 기업 사업 부문과 글로벌 사업 부문을 ‘기업부문’으로 재편했다. 전국 11개 지역고객본부(영업)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를 6개 광역본부로 합쳐 서비스와 기술지원 안정화를 꾀했다.

또한 AI(인공지능)/DX(디지털 혁신) 사업부문을 만들어 5G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기술 통합에 적극 나선다. 이를 위한 AI/DX융합사업부문장에 전홍범 부사장이 보임됐다. 전 부사장은 디지털 혁신 사업모델을 만드는 선임 부서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와 협업을 주도해왔다.

그간 비상설로 운영되던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상설화된다. 준법경영을 이끌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는 이사회 동의를 앞두고 있다. CCO는 경영 전반과 사업 추진에 적법성과 제반 규정 준수를 선도해 KT 준법경영 수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구 사장의 3대 핵심과제를 뒷받침할 신설 직속조직 ‘미래가치 TF’는 김형욱 전무가 맡았다. 미래가치TF는 혁신의 컨트롤 타워로서 KT의 변화를 이끈다.
 

광화문 KT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KT는 조직슬림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가와 젊은 인력을 대거 발탁했다.

먼저 올해 임원 수를 지난 해보다 약 12% 줄인 98명으로, 전무 이상 고위직은 33명에서 25명으로 줄였다. 임원 평균 연령도 지난해 52.9세 보다 한 살 가량 적은 52.1세로 낮아졌다. 사장 1명, 부사장 2명, 전무 5명이 승진했으며, 상무 21명이 새로 임원이 됐다. 이중 27%가 50세 이하인 1970년대생이다. 5명 중 1명 꼴이다. 단순히 고연령대 낮추기가 아닌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인재를 중용해 조직 내 성취 동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눈에 띄는 부분이 복수 사장 체계다. CEO 후보로 경쟁하던 박윤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기업사업부문장을 맡는다. 올해부터 조직은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체제를 바꾸고, 별도 사장을 한 명 더 두는 체제가 된 것이다.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정통KT출신 내부승진으로 기대 모아

'황창규 사람'이라는 굴레 속에서 과거 시대와의 단절을 이끌어내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황창규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돼있다. 구 사장은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이나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구 사장은 ‘황창규 사단’으로 불리던 김인회, 오성목, 이동면 사장을 경영지원부문 그룹인재실 부근무로 인사냈다. 이에 세 사람이 자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직 내에서는 구사장이 능력면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각종 논란을 극복하고 한단계 도약할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석채 회장, 황창규 회장 등 외부 인사 출신 대표이사 회장 체제를 겪은 KT를 내부 출신 인사가 11년만에 다시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1964년생인 구현모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1987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사업구조기획실, 그룹전략실, 코퍼레이트센터 등을 거쳤다. 그는 황 회장 체제에서 비서실장과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해왔다.

정통 KT 사람으로서 전략적 인수 합병, 자회사 관리 등으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강점 역시 돋보인다. KTF 합병과 나스미디어 인수 주도 등으로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2018년 새 정부 출범으로 황 회장 거취를 염려한 외국인 투자자가 찾아오자 2시간 동안 그를 설득해 웃으며 돌아가게 한 일화도 있다.

오는 3월 취임을 앞둔 구사장은 내정 직후 '소통왕'이라는 별명답게 과장・상무급 대상으로 차담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애로・건의 사항을 듣는 식이다. 그는 평소에도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이 풀어야할 난제는 산적해있다.

5G 이동통신 가입자 경쟁과 지난해 출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 안착, 유료방송 딜라이브 인수 합병과 케이뱅크 정상화, AI 경쟁력 강화 등에서 실적을 보여야 한다. 

그의 책상에 놓인 다짐판에는 ‘오너는 없지만 주인이 많은 국민기업’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국민과 직원이 주인인 국민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