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초상권 VS 아이 생존권"​...신상공개 '배드파더스' 활동가 무죄

2020-01-15 10:16
법원 "비방목적 없고, 양육자 돕기 위한 공익성 크다"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명예훼손 참여재판서 무죄 판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진이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드파더스'의 활동에 대가성이 없었고, 양육자 피해를 돕기 위한 공익 목적이 더 크다는 점이 인정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모(57)씨 등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배드파더스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 의 변화를 촉구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18년 7월 개설됐다. 법원 판결문, 각서 등을 통해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인물에 한해, 양육비 미지급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 그들의 생년월일, 학력, 거주지, 직장 등 상세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운영진은 양육비 지급이 확인되면, 리스트에서 즉시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배드파더스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5명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운영진을 고소했다. 

전날 오전 9시30분 시작된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이 참석한 가운데 1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배심원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무죄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인적사항이 과도하게 공개됐다는 데 대해서는 구씨에게 벌금 300만원이 구형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제보자 B씨에게는 공소사실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배드파더스 운영진은 사이트 운영 공지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국내 허술한 양육비 지급 제도를 지적해왔다.

배드파더스 운영진은 "미혼모와 이혼한 싱글맘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장치는 있지만,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는 ‘bad father’에게, 현재의 법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들이 있다"고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고발했다.

운영진은 "양육비 지급이 중단될 때마다 매번 변호사를 통해 법적조치를 하려면 비용감당이 안되니 속수무책"이라며 "북유럽의 선진국들, 그리고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에게, ‘운전면허 취소’ 같은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제재조치가 전혀 없다"고 법적 미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이트 운영 취지를 설명했다.

운영진은 "이런 압박이 정당성을 갖고 있는 근거는,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사진='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