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 필리핀 도시 마비…"대폭발로 이어질 수도" 공포

2020-01-13 17:38
정부, 학교·관공서·금융시장 폐쇄 명령…75회 여진 관측
필리핀 현지는…마스크값 폭증·가축 걱정에 주민들 한숨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에서 탈(Taal) 화산에서 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도시 전역에 뒤덮였다. 이에 필리핀 당국이 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도시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지진학자들은 현재 탈 화산에서 수십 차례의 지진과 여진이 감지되고 있으며, 언제든지 대폭발로 인한 쓰나미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의 학교와 정부 관공서가 폐쇄 명령을 받았다. 주식시장도 폐장했다.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PHIVOLCS)에 따르면 마닐라로부터 남쪽으로 약 65㎞ 떨어진 탈 화산 일대에선 분화 이틀째인 이날까지 75회 이상의 화산 지진과 여진이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탈 화산의 이번 분화가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12일 오전 3시35분과 10시43분 등 2차례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부터 주분화구 등 5곳에서 분화가 시작됐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쯤엔 화구에서 화산재가 뿜어져 나오면서 생성된 분연(噴煙)의 높이가 무려 15㎞에 이르렀고, 그에 따른 대기 불안으로 화산 주변 상공에서 번개가 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현재 탈 화산 주변 100㎞ 거리 이내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2500만명에 이른다. 때문에 실제로 대폭발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 화산의 화산 경보가 조만간 최고 수준인 5단계로 격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필리핀 정부는 12일 오후 6시부로 마닐라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170여 편의 비행편을 취소했다. 공항은 이날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탈 화산섬이 영구 위험지역으로 선되하면서 4만5000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다. 여기에 인근 11개 지역까지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향후 20만명이 대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인 탈 화산은 필리핀에 있는 20여 개 활화산 중 하나로서 이 화산이 분화한 것은 1977년 이후 43년 만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가량 떨어진 탈(Taal) 화산이 폭발한 가운데 인근에 위치한 카비테 주 타가이타이 지역의 한 주민이 13일 화산재로 뒤덮인 도로를 걷고 있다. [사진=카비테 AP·연합뉴스]
 
◆필리핀 현지는…마스크값 폭증에 가축 걱정으로 서민 한숨

이번 화산 폭발은 필리핀 전반에 타격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지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매체 ABS-CBN방송에 따르면, 허니 라쿠나-팡안 마닐라시(市) 부시장은 25~30페소(약 570~690원)에 팔리던 N95 마스크의 가격이 200페소(약 4500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마닐라 내 유통가 단속에 나섰다. N95 마스크는 공기 중에 있는 1.0 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미세과립의 95% 이상을 걸러준다.

마닐라시 공보실은 화산재가 호흡곤란과 기침, 눈과 목구멍의 따가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도권인 메트로마닐라 지역의 일부 상점에선 마스크가 동났다.

또 일부 피해 지역민은 생업이 걸린 가축들을 내버려두고 이동할 수가 없다며 대피를 거부하기도 했다. 필리핀 현지매체 라플러에 따르면 윌슨 머랠릿 필리핀 바탕가스주(州) 발렛 시장은 적어도 현지 주민 16명이 위험 지역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머랠릿 시장은 "(주민들이) 기르던 돼지와 소, 말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대피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피를 거부하던 주민들은 이날 오전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구조당국에 의해 강제로 위험지역에서 끌려 나왔다. 공기 중에 섞인 짙은 화산재 때문에 해당 지역 내에서는 이동이 매우 어렵다고 라플러는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는 탈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며 경보 수준을 4단계로 높이고 인근 주민 수천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발렛시는 탈 화산섬으로부터 불과 약 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위험지역에 속한다.

이날 오전 탈 화산에서는 15㎞나 되는 화산재 기둥과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고 오후까지 분화가 계속 이어졌다. 현지 당국은 탈 화산섬을 영구 위험지대로 선포하고 반경 14㎞ 이내 주민과 관광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