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전문가들 "통렬히 반성"… '신뢰회복'이 우선 한목소리

2020-01-12 22:03

“타성에 젖어 있었다. 늘 하던대로 해왔다.”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해양수산 전망대회 2020' 종합토론에서 조봉기 한국 선주협회 상무는 한국 해운산업의 붕괴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분석하고 “(해운업이)인터네셔널 비즈니스임에도 (영업 등)플레이가 많이 부족했다. 그런점을 보완하고 애쓴다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이 계속 강조한 단어는 ‘반성’과 ‘신뢰회복’이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해운산업은 7위권에서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인 문제가 더 컸고,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화주들에게 신뢰를 잃게되면서 국내 해운산업이 깊은 침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백서를 쓴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는 한국 해운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지속가능성의 부제”라고 했다. 재무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외적요인은 신뢰부족을 들고 더 큰 문제로 봤다. 한 교수는 “한진해운과 조양상선의 파산 사례가 반복돼선 안된다”면서 “우리가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능력이 있는지 먼저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트너(화주)에게 신뢰성을 주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 없다”면서 “한진해운 사태 전후로 국내 해운사업이 무엇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결국 문제는 신뢰부족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김준석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기업 스스로 미래를 예측하고 시장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뒤 대응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그게 우리의 큰 잘못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윤민현 전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범양상선, SK해운, 대한해운이 주인이 바뀌거나 사라졌다”며 “이 회사들이 어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그룹경영 선사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진해운과 조양상선 등의 파산으로 한국 컨테이너선사 점유율은 9%에서 현재 3% 수준으로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한진해운 사태로 미국이 해운법을 개정할만큼 전세계에 충격을 줬고, 한국 해운의 신뢰도 역시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10월 현대상선이 세계 3대 해운 동맹(얼라이언스)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과 관련해 “국책은행 행장과 해양수산부 장관, 해양진흥공사 사장이 같이 사진을 찍어야 했다”면서 “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화주들에게)제출하지 않으면 안됐던 것”이라며 “이는 신뢰도가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해운산업의 지속가능 위한 선결과제에 대해 이헌수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국내 해운산업이 서플라이체인(공급사슬)의 지휘자가 돼야 한다”면서 “서플라이 매니지먼트를 잘 해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안정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진다. 포워딩(운송주선)만 하다보면 물류 거점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글로벌 화주가 아닌 국내 화주들만 대상으로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안광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도 “한국 해운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화와 환경규제라는 두 이슈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응하지에 따라 우리나라 해운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디지털화 부분에선 선사의 노력보다는 정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개선해야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