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게 죽음을" 이란 국민, '여객기 격추' 은폐 정부에 극대노

2020-01-12 10:38
대학생들, 테헤란서 정부·군부 비판 집회…트럼프 지지 트윗도
이란 대통령, 피해국인 캐나다·우크라에 사과 전화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도부가 지난 8일 발생한 이란 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실을 공식 시인하면서 정부를 향한 이란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위터에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위치는 이란 시위대의 시위 영상이 올라왔다. 이는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를 비판하는 구호로, 엄격한 이슬람체제에서 최고지도자를 비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대학생과 시민 등 수백 명은 이날 오후 수도인 테헤란 시내에서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라고 외쳤다.

시위대는 항공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한 장교들을 즉각 파면하고 재판에 회부하라고 외쳤다. 경찰이 나서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또한 SNS에서는 12일 오후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에서 추모 집회를 열자는 제안도 나오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는 이란 국민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국민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면서 "자신과 미국 정부가 그들의 뒤에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정부를 향해서는 이란의 "용감하고 오래 고통받은 국민들을 위해 지지를 보낸다"면서 인권단체들이 시위관련 사태를 직접 조사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대공사령관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격추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 부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여객기가 민감한 군사 중심지 쪽으로 방향을 틀자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는 게 이란 군 당국의 입장이다. 당시 이란군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 이후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서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었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 격추와 관련,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전화로 "이번 여객기 참사에 연루된 모든 이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라며 "이번 일은 이란군의 실수로 벌어졌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라고 사과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사건 조사를 위해 국제적 규범 안에서 어느 나라든 협력하길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를 거론하면서 "모두 법을 지켜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만큼 미국의 중동 개입은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8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언하는 모습. 하메네이는 11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와 관련해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