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대만 선거 분위기에 드러난 복잡한 현실
2020-01-11 16:11
전세계 16억 인구를 갖은 화인(華人)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갖고 있고, 아직 분단 지역인 대만 그리고 화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등지에 국가와 세력을 갖고 있다. 명청(明淸)시대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 그리고 근현대에 전세계에 많은 이민을 했던 중국인들에게 있어 서구 국가와 같은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지역은 대만 대표적이다.
현재 양안(중국과 대만)은 대립관계에 있고, 이러한 대립은 남북한의 형상과는 다르다. 서로 교류와 제재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중국적 원인과 요소는 대만 선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대로 세계의 패권 국가인 미국과 대만과 역사적 관계를 갖고 있는 일본도 반대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만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중화민국’의 주체였던 국민당이 대만으로 이전한 이후부터,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연합국 상임이사국 입성하고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으로 그 국력이 성장하고 있는 사이에 UN에서 탈퇴한 대만은 천천히 그 국력과 위상에 국제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중화민국’을 재건하자고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대만으로 돌아와 선거에 참가하고 있다. 또한, 대만의 민진당을 지지하는 세력들도 해외에서 돌아와 선거에 참가하고 있다.
11일 치러지는 제15기 대만 총통선거와 제10회 입법위원 선거는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기존 선거에서 서로 대결 양상이 비슷하던 국민당과 민진당은 양안과의 관계 그리고 동아시아 사회의 변동에 따라 그 영향을 받아 현재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중반까지 선두로 나가던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은 현 총통인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에게 쫓기는 형세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세현장을 보면 한궈위와 차이잉원의 특표율에는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입법위원 선거라는 대만의 정책 결정 기구에서의 의석을 위한 경쟁은 아주 치열하다. 총통이 누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대만 입법위원 의석의 장악은 바로 다음 선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선거를 기점으로 외국에서 거주하던 대만 사람들이 대거 귀국하여 선거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대만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걱정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凱達格蘭)대로에서 열린 9일의 국민당과 10일의 민진당 유세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난 후의 기분은 현재의 형세가 그리 한편으로 기울어진 것이 아닌 듯 하다. 비록 서로 자신의 지지자에 대해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누가 최종 승리가 될지는 11일 개표일 저녁 9시쯤 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과거 행정원장을 지내고 꾸준히 대선에 도전을 했던 친민당 송추위(宋楚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요한 관망대상이다. 그리고 민중당(民衆黨)의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과 송추위를 지원하고 있는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의 앞으로의 정치 향방도 중요해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단순히 한궈위와 차이잉원의 대결이 아니라 앞으로 4년 후의 총통 선거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국민당과 민진당이 주도하는 대만의 선거에는 현재 국민당, 민진당, 친민당이 총통과 부총통 후보를 내고 있지만,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되는 입법위원 선거에는 지역과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113석이 새로 선출되기에 민진당, 국민당, 친민당, 민주당, 시대세력 등을 포함한 19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즉, 입법위원 선출에 각 당이 대표가 지역이나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공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