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도넛 사랑’···‘던킨·크리스피’ 장수 브랜드 됐다
2020-01-10 03:2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유학시절 즐긴 크리스피 크림 도넛
SPC그룹, 던킨도너츠 도입 26년 만에 '스낵킹' 새로운 시도
SPC그룹, 던킨도너츠 도입 26년 만에 '스낵킹' 새로운 시도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도넛 소비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던킨 도너츠’와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이들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회장의 뚝심과 애정으로 수십년째 장수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던킨)는 9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스낵킹(Snacking)’ 매장을 새 브랜드 전략으로 발표하고, 해당 콘셉트를 적용한 첫 직영점 시청점을 문 열었다.
던킨 시청점에서는 도넛뿐만 아니라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 스낵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따뜻한 샌드위치는 매장에서 주문 즉시 만든다. IT 기술을 접목해 주문 공간 위쪽에 전광판을 설치하고 ‘던킨으로 불러주세요(JUST CALL US DUNKIN)’란 문구를 넣었다.
과거 ‘커피 앤드 도넛’이란 슬로건에서 스낵매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던킨이란 브랜드명 자체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1994년 11월 1호점 역삼점을 낸 지 26년 만의 변화다.
미국 브랜드인 던킨은 현재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는 파리바게트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1997년 허영인 회장의 형인 허영선씨가 아버지로부터 그룹의 모태나 다름없는 삼립식품 경영을 이어받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계열사 태인샤니를 맡고 있던 허영인 회장이 경영에서 수완을 발휘해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할 수 있었다.
태인샤니에서 파리바게트뿐만 아니라 지분투자, 기술제휴 방식으로 참여한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가 연달아 대박을 터뜨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허영인 회장은 던킨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했다. 자체 개발 브랜드는 아니지만, ‘맛’에 대해서는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소 그의 철학 때문이다.
2009년 4월 음성에 던킨 커피로스팅 공장을 준공했다. 이듬해 국내 첫 로스팅 커피원두 수출이란 성과도 냈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던킨 시청점은 앞으로의 브랜드 전략과 방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점포로 의미가 깊다”며 “2020년 던킨도너츠의 행보에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욕 맨해튼 유학 시절 즐겨 먹었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국내 도입했다.
2004년 서울 신촌에 낸 1호점은 당시 아시아 최초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이기도 했다. 매장 전광판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갓 만든 따끈따끈한 도넛을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화제가 됐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리아’ 이후, 롯데가 국내에 없던 외식 브랜드를 들여온 것은 처음이었다. TGI프라이데이스는 기존에 국내 매장이 있던 것을 롯데가 인수했다.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크리스피 크림 도입을 주도하면서 롯데가 외식사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크리스피 크림은 효율을 위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기에는 198.3㎡(60평) 이상, 대형 로드숍으로 선보였다. 오피스 상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출점해 ‘공짜 도넛’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4년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소규모, 테이크아웃(포장 판매) 위주로 매장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가맹점 수는 50여 개다.
크리스피 크림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GRS) 관계자는 “크리스피 크림이나 TGI프라이데이스 등이 과거처럼 매장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계속 끌고 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며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고 크리스피 크림을 사랑하는 소비자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