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렵다” 허리끈 졸라매는 조선 빅3

2020-01-07 19:00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 가사 중 일부다. 최근 국내 조선업의 현실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업이 중국을 따돌리고 수주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일부에서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여전히 쉽지않은 상황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2월 31일부터 희망퇴직 희망자를 접수받고 있다. 접수기간은 오는 13일까지며 대상자는 정년까지 10년 미만(1969년생 이전)이 남은 사무·생산직군이다. 이는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선박들이 본격 건조에 돌입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퇴직 위로금은 통상임금 기준 1960년생은 9개월치, 1961년생은 15개월, 1962년생은 21개월, 1963년생은 27개월, 1964년생은 33개월치를 준다.

위로금과 함께 회사는 재취업 지원금으로 1200만원을 지원한다. 다만 퇴직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을 합해 1억7000만원 이상은 받지 못한다. 학자금에 대한 지원 또한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17년 중반 이후 선가하락에 따른 저가수주 물량이 본격 건조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방침으로 ‘극한의 생존 경쟁력 확보’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진행중인 희망퇴직의 배경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과거 수년간의 수주 부진으로 올해는 매출 및 조업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및 제반 규정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원가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희망퇴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던 2016년 이후부터 상시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효율화를 진행해왔다”며 “새해 들어 현재까지 희망퇴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조선산업은 뼈를 깎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당시 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총 3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도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자구안의 일환으로 2016년 이후 꾸준히 상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은 올해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 올해 건조하는 선박들이 인도가 마무리 되면 그간 다소 회복된 가격으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들의 건조가 본격화 된다. 또 지난해와 올해 LNG선 중심의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조선사 대표들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지금의 고비만 잘 넘어선다면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 조선 해양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LNG선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생산 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올해도 LNG선의 대량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반복 건조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