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무대 오른 중국산 테슬라, 성공할 수 있을까

2020-01-07 13:50
상하이 제조 모델3, 中 소비자 대상 본격 인도 시작
가격 경쟁력 높아져... 中 자동차 업계 긴장
"보조금 삭감 기회 잡자" 생산 확대하지만... 엇갈린 전망

"늑대(테슬라)가 사냥에 나섰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중국산 테슬라 모델3의 본격적인 인도를 앞두고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이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테슬라의 등장으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7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이날 중국 소비자에 모델3의 인도를 시작했다. 1년이라는 초고속 준비를 마친 중국산 테슬라가 정식 데뷔 무대에 오른 것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에서 날아왔다. 머스크 CEO는 이날 오후 상하이 공장 테슬라 모델3 인도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준공부터 양산 허가까지 357일… 초고속 ‘신화’ 쓴 테슬라

테슬라는 앞서 지난달 30일 이미 모델3를 자사 직원 15명에게 인도하며 본격 가동을 알렸다. 이는 지난 1월 상하이 공장 착공식 후 불과 357일만에 생산 차량을 인도한 것으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최단 기록이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를 적극 지원한 결과다.

테슬라는 외자기업으로는 처음 100% 단독 출자해 공장을 세웠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 10% 취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하고, 거액의 대출금도 잇달아 내줬다.

테슬라는 빠른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무기’까지 장착했다. 중국산 모델3 가격을 기존에 발표된 33만 위안(약 5550만원)에서 29만9000위안으로 10% 가량 낮춘 것이다.

테슬라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테슬라 관련 부품주가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테슬라에 태양열 글라스를 납품하고 있는 창저우알마덴의 6일 주가는 최근 2년 사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테슬라 부폼업체로 잘 알려진 산화 인텔리전스 컨트롤도 장중 상한가를 찍은 후 사상 최고치로 거래를 마감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인 닝보 제이슨 일렉트로닉 주가도 일일 상한선까지 급등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 주가도 이날 주당 45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1년새 최저치인 176.99달러에서 150% 가량 치솟은 것이다. 

왕레이 중국국제금융공사의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가격 인하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뿐 아니라 관련 납품 업체 전반으로 강한 매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삭감' 기회 잡으며 생산 확대하지만... 전망 엇갈려 

테슬라가 상황에 따라 추가로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중국산 모델3의 중국산 부품 비중은 30%인데, 연내 100%까지 높아지면 테슬라가 향후 중국산 모델3 가격을 추가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테슬라는 현재 30% 안팎 수준인 모델3의 중국산 부품 비중을 올 중반 80%까지 높여 연말엔 순도 100% 중국산 테슬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테슬라는 시간당 28대, 주당 1000대 생산 가능한 공장 가동 능력을 조만간 주당 3000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테슬라가 중국산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에너지 차량 보조금을 급감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에 유리했던 보조금이 사라진 것이 테슬라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 본격적으로 중국산 차량이 투입되기도 전 테슬라의 지난해 1∼9월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액은 23억18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4%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곧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AB번스타인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70%는 택시 운영, 정부 산하 기관 서비스업 등에 투입된다. 로빈 주 AB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중국 일반인들은 아직 전기차 구매를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테슬라 같은 고급 모델을 선호하지도 않는다”며 “이 추세는 향후 2~3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 상하이공장 준공식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