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송병기 31일 구속영장 심사

2019-12-29 17:41
영장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 갈림길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리의혹을 부풀려 제보하는 등 관권선거 혐의를 받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구속 전 피의자신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송 부시장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둔 2017년 10월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당시 현직 시장이자 유력한 상대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제보를 청와대에 접수시키는 등 관권개입을 기획·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일부인사가 이른바 '하명수사'를 통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 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부시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게 된다. 명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송 부시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관례를 볼 때 심사절차는 3~4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빨라야 이날 밤은 돼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6일부터 송 부시장을 5차례 불러 소환하고,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불법 선거개입 여부를 조사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송 부시장 '업무수첩'을 근거로 지방선거에 허위제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 경찰 수사 등 불법이 동원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송 부시장은 "개인적인 만남이나 통화 내용을 일기형식으로 적은 메모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부시장의 제보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측근, 형제들이 레미콘 납품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것으로 울산시내 아파트 공사장 등에 공급되는 레미콘을 특정 업체가 독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이 제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모 행정관을 통해 접수된 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박형철 반부패 비서관에게 전달된 다음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에 내려갔다. 울산경찰청은 청와대 첩보를 전달받고 2018년 3월 김 전 시장의 측근인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등의 레미콘 업체 납품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시장은 이 수사로 인해 자신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김 전 시장은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황운하 청장이 울산에 부임하고 몇 달 안 지나 김기현을 뒷조사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리더라"며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매우 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측은 수사가 개시되기 전인 2017년 12월 이미 '김기현 대 송철호, 1:1 대결에서는 송철호가 앞서고 있었다'며 전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2018년 3월 남·북정상 회담으로 선거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여권에 유리하게 흘렀다는 점도 김 전 시장의 주장을 일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번 송 부시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의 향배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아직 이 사건으로 소환하지 않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환여부도 영장발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 백 전 비서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문모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 제보받은 비리 의혹을 토대로 첩보 문건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 백 전 비서관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 전 행정관이 제보 내용을 정리했을 뿐 다른 비위 의혹을 추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