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장 “미세먼지·폐기물 줄이는 R&D 개발 전념”
2019-12-29 11:26
미세먼지 측정기 부품, 90% 이상 국산화
생활폐기물 재활용 R&D "건강 지키고 수익 올리고"
생활폐기물 재활용 R&D "건강 지키고 수익 올리고"
“미세먼지, 생활폐기물 등 우리 사회에 많은 환경 이슈들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생활 속 불편을 느끼는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기술원은 환경 현안 중심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왔습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이 3년 남짓 재임하는 동안 주력한 분야가 미세먼지 저감 R&D, 생활폐기물 및 유해물질 대응 R&D 사업이었다. 날로 더해가는 고농도 미세먼지와 버려진 쓰레기로 국민의 건강과 위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 원장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남 원장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것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그동안 미세먼지 측정 분야는 100% 외국산 장비에 의존해 왔다.
환경산업기술원이 미세먼지 대응 R&D 사업을 확대하면서 미세먼지 시료 채취부, 검출부 등 측정기에 쓰이는 90% 이상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측정기 기술이 국가 승인을 받은 뒤 현재 이 기술로 약 1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매연여과장치(DPF) 및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등도 개발 중이다. 현재 매연여과장치용 필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지금까지 약 9억원의 국내외 매출 실적을 올렸다.
터널과 지하도로에서 미세먼지를 포집해 처리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환기구 배출구에 집진기를 넣는 기술로 이 장치를 사용한 터널, 지하도로 내 미세먼지(PM10)는 95%, 초미세먼지(PM2.5)는 92%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그래도 남 원장은 목이 말랐다. 국민들이 좀 더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R&D 기술을 원했다. 그래서 추진하게 된 R&D 사업이 ‘버스 정류장 공간 분리형 미세먼지 저감기술’이다.
이 기술은 버스 정류장에 미세먼지 감지 센서, 집진 시스템, 미세먼지 차단 펜스를 통합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버스 정류장 내 미세먼지 농도를 바깥보다 절반가량 저감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9월 부천시 버스 정류장에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차량이 달리면서 도로 위 미세먼지 정화 효과를 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고성능 집진시스템을 적용한 도로분진 흡입 청소차를 개발하는 기술은 청소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농도를 대기환경기준(35㎍/m3)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도로 분진 청소효율도 기존 청소 차량 대비 50% 이상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남 원장은 “미세먼지를 과학·기술적으로 해결하려면 장기간 고도화된 계획에 따른 R&D 추진이 필요하다”며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 및 예측, 측정 및 감시, 맞춤형 저감 기술 등 미세먼지 종합적 해결을 위해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등과 함께 미세먼지 R&D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폐기물 재활용 R&D, ‘건강’ 지키고, ‘수익’ 올리고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생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관련 기술로 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 부가가치를 높이는 R&D 기술을 중점 개발하는 이유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총예산 240억원을 들인 ‘생활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사업’을 올해 새로 추진했다.
올해는 폐플라스틱 ‘선별·분리 기술’, ‘물질 재활용 기술’, ‘에너지화 기술’ 등 14개 신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폐기물 자동선별 로봇기술, 저급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인공섬유로 탈바꿈시키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폐자원 매립 또는 해양 배출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폐자원을 환경오염 없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현재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 하·폐수 슬러지, 기타 유기성폐기물을 재활용해 전력과 차량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중 ‘바이오부탄올’ 생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2017년 과기부의 ‘국가 R&D’, 한국공학한림원의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연료가스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한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법적 기준치의 절반으로 낮추면서도 바이오 가스를 난방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남 원장은 “현재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에 이 기술을 적용해 하루 80t의 음식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오 가스를 충주시 지역난방 연료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토피, 석면, 가습기살균제 등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공감 환경보건 기술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기술로 환경호르몬 없는 물질 개발, 어린이용품 위해성 평가 기술 등이 꼽힌다.
유해화학물질과 살생물질 안전성 평가를 하는 ‘안심 살생물제 관리기반 기술 개발사업’, 화학사고 발생 시 현장 인력이 간편하게 유해화학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유해화학물질 측정장치’ 등 유해물질 대응 R&D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원장은 “환경 정책에서 다뤄지는 환경 이슈가 환경보건, 화학물질 안전 등으로 확장되면서 환경 R&D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 환경 R&D가 경제발전을 위한 사후관리 중심, 기술경쟁력 확보에 힘썼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R&D, 건강한 환경, 안전 사회 구축을 위한 기술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 환경 기업, 대한민국 ‘환경 국가대표’로 육성
#. 인천 ‘시뮬레이션테크’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저감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로 지난해 총 459억원, 올해 약 1146억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 부강테크는 지난해 서울 중랑물재생센터의 시설현대화 사업에 수처리 기술을 적용해 하루 25만t 하수를 3시간 이내 처리하고, 하수 처리에 필요한 부지를 60%까지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이 기술은 미국 최대 물환경 연구기관으로부터 ‘이달의 기술’로 선정됐다.
각각 대기 분야와 수처리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이들 환경 기업은 환경산업기술원이 우수환경산업체로 지정해 R&D 기술개발 지원을 했다.
하지만 국내 환경 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은 17억원(2017년 기준), 평균 직원은 7.7명으로 여전히 영세한 수준이란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 기업의 창업뿐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 성장 지원에 힘쓰는 이유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영세, 중소 환경기업 500여곳을 대상으로 연간 약 2400억원 이상 규모의 환경 정책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해 주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과 협력해 환경 기업 보증수수료 할인, 보증 한도 확대 등도 지원하고 있다.
남 원장은 “중소 환경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잘 극복하고 한 단계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성장한 환경 기업 중 사업실적, 기술력 등이 우수한 곳을 ‘우수환경기업’으로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 해외 박람회 참석, 현지 바이어 미팅 등을 지원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한민국 환경 분야 국가대표’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가 폐기물을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폐기물 에너지화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을 통해 국내 중소 환경 기업 ‘엠서스’는 지난해 말 1680만 달러 규모의 ‘남보 매립장 고형폐기물처리시설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국제기구를 활용한 환경시장 진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23차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에서 환경산업기술원이 지원한 ‘마셜제도 지속 가능 용수공급 사업’이 자금 지원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