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주경제 10대 뉴스 - 영화·방송] 기생충·동백꽃 外 올해의 작품
2019-12-30 00:10
올해 영화·드라마는 '풍년'이었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영화계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을 필두로 5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고, 케이블·종편에 밀려났던 지상파 드라마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그리고 호연 삼박자를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양질의 작품으로 풍족했던 2019년. 대중의 눈과 귀를 만족시킨 올해의 10개 영화·드라마를 톺아본다.
◆ 전 세계 홀린 봉준호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빼고 '올해의 영화'를 논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홀렸다.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갖춘 이 영화는 영화인들은 물론 전 세계 팬들에게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제조기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전미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뉴욕필름비평가온라인어워즈(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LA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토론토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외국어 영화상·주제가상 2개 부문 예비 후보까지 올라 '기생충'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국내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5월 개봉 후 각종 유행어와 패러디를 만든 '기생충'은 개봉 5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제 수상작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깬 예시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보지 않았더라도 극 중 고반장(류승룡 분)의 대사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올해 1월 개봉해 가장 먼저 천만 관객을 모은 '극한 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독특하고 엉뚱한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이병헌 감독 특유의 차진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호흡으로 '입소문'을 일으킨 '극한 직업'은 "제대로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호평을 얻으며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유행어를 만든 바 있다. 코미디 영화사상 최고의 부흥을 일으키며 최종 관객 수 1626만5618명을 기록했다.
◆ 마블은 마블…'어벤져스:엔드게임'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어벤져스: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은 인피니티 워 이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이 된 살아남은 어벤져스 조합과 빌런 타노스의 최강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4월 개봉 당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팬층이 단단했던 영화인 데다가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대중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흥행'에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외국영화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라는 옹호까지 받았을 정도.
결국 개봉 1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마블 스튜디오 및 시리즈 3편 연속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21만1880명을 동원하며 천만 영화 클럽에 가입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 이어 1년 만에 외화로선 독보적으로 천만 영화로 불리며 역대 최단기간 천만 영화 흥행 신기록까지 추가됐다.
◆ "진정한 입소문"…디즈니 '알라딘'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알라딘'(감독 리치가이)은 1992년 개봉한 2D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실사판이다.
개봉 첫날 7만3000명을 동원했던 '알라딘'은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흥행 뒷심을 발휘, '천만 영화'에 등극한 작품.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완벽 구현해낸 데다가 '요즘' 시류에 맞는 캐릭터 재해석,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스피치리스'(Speechless) 등 아름다운 OST 등으로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얻었다.
특히 '알라딘'은 '특수관'의 재미를 톡톡히 봤던 작품이다. '알라딘'의 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4DX관과 한국 관객들의 '흥'을 자극한 '싱어롱' 버전은 '알라딘' 재관람 열풍에 큰 몫에 기여했다. 입소문을 탄 '알라딘'은 개봉 5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모았다.
◆ 애니메이션 편견 깬 '겨울왕국2'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의 흥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시민단체 고발까지 이어지며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겨울왕국' 시리즈에 관한 관객들의 기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흥행'에는 타격을 입지 않았고 1279만명(12월 24일 기준)을 돌파하며 역대 국내 개봉 외화 흥행 3위(1위 '어벤져스:엔드게임', 2위 '아바타')에 올랐다.
2014년 개봉한 1편은 국내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당시 1편이 개봉 4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모은 것에 비해 2편은 개봉 17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편은 숨겨진 과거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5년 만에 돌아온 '겨울왕국2'는 1편보다 더욱 커진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모험, 그리고 깊어진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중이다. '인 투 디 언 노운'(Into the Unknown),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 등의 OST가 '렛 잇 고(Let it go)'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 지상파 드라마를 살리다…SBS '열혈사제'
'지상파 위기설'을 깬 첫 번째 드라마. 바로 SBS 드라마 '열혈사제'다.
올해 2월 첫 방송해 4월 종영한 SBS 첫 번째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는 '신의 퀴즈' '굿 닥터' '김과장' 등 히트작을 만든 박재범 작가와 '펀치' '귓속말' 등을 연출한 이명우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펼치는 '공조 수사' 이야기. 배우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 고준, 금새록이 출연해 매끄러운 연기와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로 '팬층'을 형성했다.
'열혈사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던 SBS에 '시청률' 물꼬를 틀어준 작품. 2017년 드라마 '조작' 이후 1년 반 만에 첫 방송 통합 시청률 10%(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했고, '귓속말'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2년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평균 시청률은 무려 16.1%. 최종화는 18.6% 22.0%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 신드롬 그 자체…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그야말로 화제성 '갑(甲)'이었다.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과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 분)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 '동백꽃 필 무렵'은 9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1월 마지막 방송까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자랑하며 올 하반기 '최고작'이라 불리고 있다.
'쌈마이웨이'의 임상춘 작가의 신작, 드라마 '무패신화' 공효진의 복귀작, '충무로 공무원' 강하늘의 제대 후 복귀작 등등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던 상황. 첫 방송부터 6.3%로 수·목 드라마 중 1위로 출발했다. 방영 2주 차 만에 10%대를 넘겼고 마지막 회는 19.7%, 23.8%라는 기록을 세웠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OTT 플랫폼과 다수의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이 잠식한 현 방송시장에서 이 같은 시청률은 기록적인 수치다.
'동백꽃 필 무렵'은 로맨스를 기반으로 연쇄 살인마라는 스릴러적 장치·가슴 따뜻한 드라마 등을 잘 버무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거기에 배우들의 호연과 케미스트리는 오래도록 언급될 정도. 작품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았다.
◆ 장르물·시즌제 등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검법남녀'
2018년 5월 방송한 시즌1에 이어 2019년 6월 시즌2로 시청자 곁에 돌아왔다.
시청자들의 적극 지지로 돌아온 '검법남녀2'는 피해자를 부검하는 까칠, 완벽한 괴짜 법의학자와 가해자를 수사하는 발랄, 허당 초짜 검사의 특별한 공조를 다룬 드라마.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공동 집필한 민지은 원영실 작가가 극본을 맡고 '군주-가면의 주인'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연출한 노도철 PD 연출을 맡았다.
시즌1에 출연한 정재영·정유미를 주축으로 노민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전보다 더 넓어진 세계관과 이야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한국형 장르물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안겨줬다는 평. 전국기준 시청률 3.7%로 시작해 9.9%로 종영했다.
◆ 인생 드라마 등극…JTBC '눈이 부시게'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올해 2월 11일 첫 방송해 3월 19일 종영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 '눈이 부시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은 9.7%로 전작 'SKY 캐슬'에 비해 다소 낮지만, 동시간대 1위는 물론 해당 작품으로 주인공 김혜자가 '2019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4회차에서 5%를 넘기고 계속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후 월·화극 시청률 2위 자리를 차지했고 8회에서는 8.447%로 공중파 드라마들과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출연진들의 연기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호평이었다. '연기 장인' 김혜자를 주축으로 한지민, 손호준, 남주혁, 안내상, 이정은 등 출연진 모두 극찬을 받은 작품. 특히 김혜자는 극의 '반전'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명배우'라는 극찬을 얻었다.
역대 JTBC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고 마지막 회에서는 10%대에 조금 못 미치는 9.731%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덕후 몰이' 제대로…tvN '호텔 델루나'
올해 tvN 드라마를 '체면치레'하게 만들어준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방영됐으며 판타지, 호러,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 조합으로 이른바 드라마 '덕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호텔 델루나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낡고 오래된 외관을 지닌 호텔로 떠돌이 령(靈)들에게만 그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는 독특한 곳이다. 귀신이 머물고 가는 호텔 이야기는 지난 2013년 작성된 것으로 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집필한 주군의 태양의 초기 기획안이기도 하다.
독특한 장르와 탄탄한 스토리 아름다운 OST와 아이유, 여진구 등 스타 배우들의 조합으로 7.327% 시청률로 시작해 12.001%로 종영했다.
1회부터 전작인 아스달 연대기 1회의 시청률을 넘기며 시작했고, 3회차에는 8%대에 진입했다. 그리고 4회부터는 시청률이 잠시 하락하나 싶었지만 이내 시청률을 끌어올리면서 선전 중이다. 이후에도 8회에서 9%, 10회에서 10%대를 달성하는 등 크게 선전했다. 올해 tvN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고전했던 상황이기에 '호텔 델루나'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또 tvN이 노리고 있는 2049 타깃 시청률에서 호텔 델루나가 동시간대 1위를 하는 등 크게 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