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찐 밀레니얼' 1996년생 쥐띠, 만24세 청년들의 꿈과 고민

2020-01-02 08:01

 
1996년(병자년) 태어난 쥐띠 청년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에서 2000년 초반에 출생한 이들)’의 한가운데 서 있다. 1997년말 IMF 위기 직전 태어나, 2000년대를 관통하는 학창 시절을 지내온 쥐띠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2003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에 아이폰이 막 상륙한 2009년 중학교에 입학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요즘 말로 '찐' 밀레니얼 세대인 셈이다. 만24세,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이제 2020년에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10년부터 심화한 청년 실업 탓에 여러 가지를 포기한 'N포 세대' 선배들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래서일까? 이제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1996년생 쥐띠들의 미래에는 유난히 물음표가 많이 붙어있었다. 아주경제 기획취재부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해를 맞아 한국 사회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계층인 청년들, 특히 1996년생 쥐띠 청년 5명의 고민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분노 줄어드는 사회 됐으면"···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김소진
 

[사진=김소진 씨 ]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소진 씨는 7학기를 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낸 뒤 곧 귀국할 예정이다. 교환학생으로 국외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하는 소진 씨는 블로그에 교환학생 생활일기를 꾸준히 올리면서 온라인의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경험 덕분이었을까? 소진 씨의 꿈은 여러 문화에서 온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무역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가장 관심 있는 사회 이슈에 관해 물으니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진 씨는 "양국의 무역전쟁에서 반사이익을 본 게 태국이랑 베트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면서 "태국 바트화 환율이 많이 오르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무역전쟁이라는 거대 문제가 개인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소진 씨는 2020년의 '소망'으로 분노가 줄어드는 사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에는 사회 곳곳에 분노가 많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안 좋았고 신뢰했던 정치인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실망스러운 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 안에 많은 것들이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만 정치적으로 조금 더 안정됐으면 좋겠고, 경제적으로는 20대들이 취업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취업 준비를 할 시기가 되니 청년 실업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아버지 세대가 은퇴 뒤에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문제로는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악플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소진 씨는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해 연예인 몇몇이 악플에 희생당한 만큼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인권·소외계층 문제 더 나아졌으면···강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방민지
 

[사진=방민지 씨]


현재 중국 어학연수 중인 방민지 씨에게 중국은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 국가다. 그는 애초 진학 당시에는 점수에 맞춰 온 대학이라 본인의 전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졸업을 위해 중국어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휴학 뒤 어학연수를 오게 된 민지 씨는 향후 강연자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아직 미래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기 전에 항상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하는 상상을 한다."면서 "12년 후에 다시 쥐띠해가 돌아오면 더 기쁜 마음으로 구체적인 내용으로 강연을 하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진 그는 "책을 통해 긍정적인 태도를 배웠다"면서 "지금은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그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12년 후에도 내가 느끼고 배운 긍정을 전파하는 사람이 돼 있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인 민지 씨가 최근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여성 인권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계층의 문제다. 그는 "여성 인권이나 사회 관습, 고정관념들이 조금 더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여전히 바뀌는 추세지만 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길···경희대학교 도예학과 조혜령
 
 

[사진=조혜령 씨 ]

현재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휴학 중인 조혜령 씨는 지난 10월부터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을 좋아해 일본, 베트남 등 가까운 국가는 물론이고 남미도 다녀온 혜령 씨는 인턴십이 끝난 뒤에는 태국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혜령 씨는 고등학교 졸업 전시에는 위안부 할머니들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나비 작품을 제작해 전시하기도 하고, 대학생이 된 후에는 멸종 위기 동물을 모티브로 한 백자합(뚜껑 있는 백자 도자기)을 만들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한중 녹색봉사단을 통해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미세먼지와 사막화를 늦출 수 있는 최전선의 땅 내몽고 쿠부치 사막에서 나무 심기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불모지였던 그곳에 희망이 자라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지구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 멀리 생각하고 더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12년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 건 작가가 되고 싶다는 혜령 씨는 대학원 진학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올해 특히 관심을 가졌던 환경에 관련한 주제로 전시를 여는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환경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심각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최연소 환경운동가로 미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그레타 툰베리의 최근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혜령 씨는 "툰베리를 통해 나 역시 다시 한번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신의 전공인 도예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더욱 우리의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알리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정책 생겼으면…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주영수
 

[사진=주영수 씨 ]


독일어와 법학을 함께 전공하고 있는 영수 씨의 꿈은 경찰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고시를 준비하려고 하는 영수 씨는 마라톤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원춘 사건'을 접한 이후 경찰이 꼭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영수 씨는 12년이 지나 또다시 쥐띠해를 맞이할 때는 경찰관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신이 돼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수 씨가 최근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그는 "고시를 준비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마음고생 하는 친구들을 보면 취업의 벽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라면서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책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실질적인 것들로 많이 생겨서 우리 나이 또래 20대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소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술인들이 존중받는 사회 됐으면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신태헌
 

[사진=신태헌]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있는 태헌 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밝힌 그는 12년 뒤에도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은 나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면 불특정 다수와 대화하는 느낌이다"라고 강조했다.

음악인을 꿈꾸고 있는 청년이라서 그런지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태헌 씨는 "인터넷 실명제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악플러들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헌 씨는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것으로 예술인에 대한 대우를 들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음악 하기 힘들단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정말 노력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고, 음악을 낸다고 해서 수익 창출로 잘 연결되지도 않는다."면서 "유명한 사람들도 스트리밍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지 않다고 들었는데, 개인의 창작물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