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한제·대출규제·세금규제...'트리플 규제' 직격탄 맞은 과천 가보니
2019-12-19 16:00
"양도세는 원래 누더기 세제라 해서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거 아시죠? 정책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못 기다리고 팔았다가 낭패보는 거예요. 과천은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뭐하러 파나요. 기다리면 내년에 20억 될 거예요." (과천 별양동 열린부동산 대표)
19일 찾은 경기 과천 주택 시장은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냉랭한 분위기였다. 매도·매수 주문은 전무한 가운데, 중개업자들의 수화기 너머로 "지금 팔아야 하느냐"는 우려 섞인 물음이 들려왔다. "이미 계약서를 썼는데 대출이 안 나오면 어쩌냐"는 전세 계약자들의 걱정도 이어졌다.
중개업자들은 과천 지역이 12·16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만큼 냉담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동안의 시세 상승률로 미뤄봤을 때 "과천은 어차피 오른다"고 입을 모은다. 과천위례선 과천구간 연장사업 등 교통 호재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지식정보타운 분양가 협의가 막바지인 데다 내후년이면 3기 신도시 공급도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집값 안정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 "과천에 9억원 이하는 없다"...상한제·대출규제·세금규제, 트리플 규제 묶인 과천
과천 별양동 열린부동산 대표는 "과천주공4단지는 그동안 물건이 없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 10년 보유, 5년 거주, 1주택 조건을 충족해야만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지만 나오는 족족 이전보다 비싸게 팔렸다. 이 때문에 호가도 많이 올랐다. 28평짜리가 15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과천주공4단지 가격은 지난 3월 최저가를 찍고 4월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과천4단지 31평(13층)은 지난 10월 30일 13억원에 팔렸지만, 11월 하순께 1층짜리가 14억5000만원, 4층짜리가 14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불과 며칠새 1억5000만~1억8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과천4단지는 지분율이 낮아 추가 분담금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과천의 중심이라 불리는 입지, 가까운 업무지구,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 등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아 꾸준히 집값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월 6일 정부 발표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했다는 점,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과천주공아파트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도 두루 호재였다.
과천4단지는 재작년 정비구역 지정이 있은 후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최근 건축심의를 받는 등 사업이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과천5단지도 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 2일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끝냈고 조만간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린부동산 대표는 "지난 11월 초 상한제를 피하면서 호가가 2억원 이상 뛰었다"며 "이번에 과천이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건축만 오른 것은 아니다. 열린부동산 대표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직전 별양동 '래미안 슈르' 26평짜리가 9억7000만원에 팔렸는데 그때는 그게 꼭짓점인 줄 알았다"며 "중간에 8억6000만원까지 떨어지더니 지금은 14억원"이라고 전했다.
'미친' 오름세 때문에 매수가 쫓아가기 힘든 시점이 되자마자 12·16 부동산 대책을 맞았다. 과천은 대다수 아파트의 시세가 9억원을 넘는다. 15억원을 상회하는 물건도 적지 않다. 강화된 대출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상가상 별양, 부림, 원문, 주암, 중앙 등 5개 동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재건축 대상인 과천주공아파트 가운데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과천4단지는 상한제 지역 신규 지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기원 과천4단지 조합장은 "과천1단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원에 달한다. 우리는 그보다 높은 분양가를 예상했는데 속상하다. 위치라든지 사업진도라든지 모든 면에서 자신이 있었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옛 우정병원 자리는 상한제를 피해갔더라. 민간에서 하는 사업은 가로막고 공공이 하는 사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 같은 의심마저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막대한 추가 분담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적용받게 된다면 다른 재건축 단지와 연계해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규제에 일선 중개업자들은 "당분간 매수자든 매도자든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열린부동산 대표는 "특히 집주인들은 지금 당장 불안하다고 집을 팔아선 안 된다"며 "과천은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은 데다 정책이란 건 수시로 바뀐다. 경기가 안 좋은 만큼 부양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버티면 오른다'는 공고한 믿음, 과천위례선 과천구간 연장사업 등 교통 호재가 이 같은 추측을 강화한다. 열린부동산 대표는 "과천위례선 때문에 노선이 지나는 문원동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2년 전 지인이 대지면적 40평짜리 주택을 6억8000만원에 매입했는데 현재는 9억원까지 간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중개업자들은 "가격이 급등한 만큼 시장에 깔린 부담감도 무시 못 한다"는 생각이다. 별양동 한울부동산 대표는 "과천은 대출규제, 세금규제, 상한제 등 여러 규제를 한꺼번에 맞았다"며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식정보타운은 과천 첫 공공택지로 총면적 135만3090㎡에 12개 단지, 약 8200가구가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지난 5~6월 ‘과천제이드자이’(647가구)와 ‘푸르지오벨라르테’(504가구)가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분양가를 두고 시공사와 과천시 등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연됐다.
그동안 지식정보타운 분양이 늦어지면서 분양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에 계속 머무르자 전셋값 폭등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에 대한 거주 기간을 2년 또는 3년으로 올려줄 것을 경기도에 건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12.16 대책 안에 포함됐다.
중앙동 한양부동산 대표는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그간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며 "과천1단지가 내년 4월 입주를 시작하고 지식정보타운 분양도 곧 될 거라 내년부터는 전세시장이 안정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식정보타운 분양가는 3.3㎡당 2500만원 선에서 잠정 협의된 상태다. 그동안 과천시는 3.3㎡당 2205만원을,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은 2600만원을 요구하며 대치해왔다.
과천에는 지식정보타운 말고도 3기 신도시, 주암동 뉴스테이 등 다수 공급 물량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