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법으로 못 박는다…"전환기간 연장없다"
2019-12-17 20:48
EU 탈퇴협정 법안에 반영…20일 의회표결 추진
“노딜 우려 잔존하지만 EU와 합의 가능성 더 높아”
“노딜 우려 잔존하지만 EU와 합의 가능성 더 높아”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내년 말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완전히 결별하도록 EU 탈퇴협정 법안(WAB)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WAB는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말한다.
총리실이 준비하고 있는 WAB 수정안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설정한 전환(이행)기간을 당초 예정대로 2020년 12월 31일 종료하며, EU에 연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소식통은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어떤 연장 (요청)에도 정부가 동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당초 지난 10월 WAB를 의회에 상정해 제2독회(讀會) 관문까지 넘었으나 신속처리 합의에 실패하면서 결국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내년 12월 31일까지를 전환(이행)기간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전환기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EU 법을 따라야 하지만 EU 기관 투표권은 갖지 못한다.
양측은 전환기간 무역협정을 포함해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미래관계 협상이 시한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 전환기간은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 7월 1일까지 양측이 모두 연장에 동의해야 한다.
브렉시트 전환기간 연장 배제를 명문화한 WAB는 20일 의회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새로 꾸려진 의회에서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법안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존슨 총리가 하원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해 당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향후 EU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의 요인이 된 EU 탈퇴 지지자들을 계속 붙잡기 위해 전환기간 연장 배제를 포함한 강경한 입장을 굳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환기간 연장 배제가 오히려 양측의 협상 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국과 EU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는 무질서한 브렉시트였는데 이번 선거 결과와 새 정부의 의지를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니 총재는 "가능성이 작아졌을 뿐 이른바 '노딜' 시나리오와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