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빈손' 출국...난마처럼 꼬인 북·미 협상

2019-12-18 00:00
美, 연이은 대북 유화 메시지로 北에 공 넘겼지만 회동 불발
비건, 2박 3일 방한 일정 마치고 출국...북·미 평행선 걸을 듯
"이제 대화하자" 공개 제안에 北 침묵...북·미 대화 향방 주목
트럼프 "北, 지켜보고 있다"...중·러, 대북제재 일부해제 요구
"北, 비핵화 생각 없어...핵 보유국 되기 위해 무력도발할 것"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 방한 기간 북한을 향해 전격적인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끝내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고 '빈손' 출국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이어지는 북한의 무력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미 간 '깜짝 회동'까지 불발되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감은 한층 더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3시경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이날 비건 대표의 출국길에는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방)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동행했다. 양측 대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하고 향후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방한한 비건 대표는 이튿날인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을 향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유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신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이 본부장과 함께 약식 회견을 열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직접적으로 겨냥, 공개적으로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을 향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 중인 북한이 시종일관 묵묵부답하면서 비건 대표와 최 부상 간 회동은 끝내 무산됐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북한의 최근 강경 행보와 관련해 "지켜보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내는 한편, 같은 날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제재를 일부해제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되고 대립 구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러가 미국의 대북제재에 반하는 의사를 표명, 북한에 힘을 보탬에 따라 결국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전통적인 동북아시아 세력 구도가 다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난마처럼 꼬인 북·미 협상이 한층 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전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0 아산 국제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깨지지는 않겠지만 위태위태한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에 '위장된 평화'라도 오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이 모두 없어졌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북한과 전 세계가 대립하고 있지만, 북한은 굳건한 채 세계가 뒤로 물러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선 북한이 향후 더 높은 수준의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현 단계에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경우 무력시위를 통해 한국을 지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