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없는 ESS' 나온다···국내 연구진 핵심소재 개발

2019-12-17 15:48
KIST 연구진 고분자 전해질막 개발
기존 소재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전해질막(왼쪽)과 전해질막을 제작한 과정을 표현한 그림. [사진=KIST 제공]

잇단 화재 발생으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화재 위험 없는 ESS 핵심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디억 헨켄스마이어 박사 연구팀이 기존의 상용 불소계 전해질막보다 우수한 성능의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를 이용한 결과 에너지 효율이 기존 소재보다 7% 이상 향상됐고, 방전까지 걸리는 시간이 10.7시간에서 16.4시간까지 늘어났다.

현재 ESS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출력 용량이 높다. 하지만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ESS 누적 화재가 총 28번에 달할 정도로 위험이 높다. 지난 5월까지 23건이 터졌고, 그해 6월 정부가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추가로 4건이 더 발생했다.

KIST가 연구 중인 화재 위험이 없는 ESS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물 기반의 바나듐 전해액이 산화-환원 반응에서 일으키는 전위차로 충·방전하는 배터리다. 대용량화가 가능하고, 수명이 평균 20년 이상으로 길면서도 화재 위험이 없어 리튬이온전지 ESS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VRFB는 현재 상용화된 불소계 전해질막을 쓰면 전지가 다소 빠르게 자가 방전되는 단점이 있다. 전해질막을 두껍게 만들면 방전 문제는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온전달 저항도 함께 증가해 전압 효율이 떨어진다.

KIST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소계 전해질막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분자 전해질막'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다공성 담지체 위에 고분자물질인 폴리벤즈이미다졸(PBI)을 4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코팅하는 방식으로 PBI 고분자막을 제작했다.

새로 만든 PBI 고분자막은 200회 이상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도 기존 불소계 상용막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억 헨켄스마이어 KIST 책임연구원은 "자체 테스트에서 기존 상용 분리막이 적용된 장치는 10.7시간 뒤 방전됐고, PBI 막 적용 장치는 방전까지 16.4시간이 걸렸다"면서 "고효율의 ESS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기획원의 한국-독일 합동 중소기업 연구 프로그램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저널 오브 멤브레인 사이언스(Journal of Membrane Science·온라인판 8월 1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