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주 '정서적 탄핵'?…재선가도 암운 깔리나

2019-12-17 16:09
18일 美하원 탄핵소추안 표결 앞두고 정치권 공방 가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탄핵'이 임박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18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실제 탄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하원의 탄핵소추안 승인만으로도 트럼프의 내년 재선가도에 찬물을 뿌리기엔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신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유권자 절반이 트럼프의 탄핵을 지지한다며,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법사위는 16일 표결을 거쳐 3개월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관련 조사를 마치고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탄핵소추안을 처리해 상원으로 넘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하원 법사위가 공개한 658쪽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 권한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여기엔 앞선 하원 정보위의 탄핵 보고서·탄핵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담은 법사위 보고서 등도 첨부됐다. 보고서는 18일 본회의 표결 때 탄핵소추안과 함께 올려지게 된다.

이 보고서는 "모든 걸 종합한 바, 탄핵소추안은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리의 국가 안보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그리고 견제와 균형 시스템보다 우위에 뒀다는 혐의를 제기한다"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당해 직에서 축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미국 대선을 변질시키기 위해 취약한 다른 국가에 청탁을 하고 압박했다"며 "정치적 경쟁자를 방해하고 우리의 적국인 러시아가 퍼뜨린 거짓 음모론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뇌물수수를 포함해 탄핵소추안에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지는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여론전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보고서에 달린 '반대의견'을 통해 민주당을 향해 "다수당의 행위는 전례 없는 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탄핵의 의미만 희석한다"면서 "미래 대통령들에 미칠 파문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며 탄핵 추진 권한이 남용됐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공세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하원 표결을 거친 탄핵안은 내년 초쯤 상원으로 넘어가는데, 탄핵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원의 과반수를 공화당(53석)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탄핵이 성사되려면 상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지만, 이를 공화당이 들어줄 리는 만무하다. 공화당 측은 탄핵안이 상원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자료 제출요구나 증인 소환 없는 '신속한 부결'에 나서겠다고 공개 언급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5일 CBS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혐의와 절차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실패할 게 분명한 탄핵 조사를 강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라 내년 대선과 상·하원 의원 선거를 앞둔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서적 탄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 전문가들은 탄핵소추안이 하원 문턱을 넘은 것만으로도 트럼프를 '레임덕(절름발이 오리·임기 말 권력누수)'으로 만들어 내년 대선 재선가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주당의 허술한 탄핵 추진에 역풍이 불어, 오히려 자신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려 탄핵의 부당성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미국의 여론 역시 크게 바꿔놓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폭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절반인 50%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고, 41%가 반대했다.

이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문제삼아 탄핵 조사에 나선 10월의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10월 두 차례 조사에서 응답자 51%와 49%가 각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했다.

NPR-CRS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가 찬성, 48%가 반대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이 한 달간 탄핵 공개 청문회를 열며 공세를 펼쳤지만, 양극화된 유권자들에게 극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기자들에게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표결을 본격화한 것에 대해 재차 '마녀사냥', '속임수'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사진=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