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돌지 않는 구세군 자선냄비...3년째 거리모금액 낮아져

2019-12-16 17:57
2년 사이 약 5억 원 떨어져…감소하는 현금 사용률도 한몫
구세군, 스마트폰과 카드로 기부 가능한 모금 시스템 도입

 
 

[연합뉴스]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의심부터 든다."

강동구에 사는 안 씨(29)는 5호선 천호역을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구세군 종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그는 "후원 당사자 계좌에 입금하는게 마음이 놓인다"고 기부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안 씨와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온기가 사라지고 있다.

16일 구세군 나눔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0억 원을 기록했던 거리모금액은 2017년 39억 원, 2018년엔 약 35억 원까지 떨어졌다.

경기 불황으로 시민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데다 기부 단체의 잇따른 비리로 기부 단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기부단체와 기부금에 대해서 불신이 생기면서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한 민간기부단체의 횡령 사건 이후로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김 씨(30)는 "내가 내는 기부금이 올바르게 사용되는 건지 의문부터 들게 된다"라며 "기부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다 보니 길거리에서 이뤄지는 기부 단체 활동도 자연스레 지나치게 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5.6%로, 2011년 36.4%에 비해 10.8% 포인트 떨어졌다.

또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이 답변은 51.9%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는 2017년에 비해 6%포인트 늘어난 14.9%를 차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기부 단체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기부 경로도 바뀌었다.

모금 단체를 통한 기부는 전년도 조사 대비 5%포인트 떨어진 56%로 나타났다. 반면 대상자에게 직접 기부를 하는 사람은 15.3%에서 17%로 늘어났다.

1호선 종각역에서 구세군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A씨는 "1시간 서 있는 동안 세 분 정도가 와주셨다. 이 정도면 거의 없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기부하는 인원이 현저히 줄어든 거 같다"고 답했다.

기부금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이유다.

이에 구세군에서는 모금 활성화를 위해 카드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또 연예인의 소장품을 주는 등 기부 마케팅도 펼친다.

임효민 구세군 홍보부장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인원이 줄었고, 서울 내에서도 명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으로 인구가 분산돼 거리모금액이 줄어든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만큼 올해 구세군도 스마트폰과 신용·체크카드로 기부가 가능한 스마트 모금 시스템을 100대 도입했으며 움츠러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자선냄비 본부에 기부하면 스타 애장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구세군은 거리모금액을 행정안전부 보고를 받는다"며 "국민이 100원을 기부해도 투명성이 확보된 곳에 기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