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김봉진, 배달의민족 5조 매각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

2019-12-16 00:16

국내 1·2위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와 한 식구가 됐다.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배민을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DH는 국내에서 배달앱 2·3위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계 글로벌 배달 서비스 기업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고, 양 사가 50대50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를 싱가포르에 설립키로 했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 달러로 봤다.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의 M&A(인수합병)가 성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김봉진 대표다. 전남 완도 태생, 공고 출신 디자이너로 사실상 ‘흑수저’였던 그는 2010년 친구들과 재미삼아 만든 배민 앱으로 10년 만에 돈방석에 오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과연 무엇을 얻고, 잃게 될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지분 창업자본금의 2만 배로 뛰어...한국 넘어 아시아 수장 맡아

DH에 매각하는 87%의 지분은 김 대표 것이 아닌 그간 배민의 성장 가능성을 본 투자사들의 것이다.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보유한 주식들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13%의 지분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경영진 보유분이다. 그런데 이는 당장 현금화할 수 없다. 향후 DH 본사 지분으로 맞교환된다. 물론 DH가 평가한 기업가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6000억원에 달한다. 숫자로만 따지면, 김 대표는 창업 초기 자본금 3000만원의 2만배에 달하는 거액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6년 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3조원으로 뛰어올라 유니콘 기업에 단숨에 올랐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DH에 인수되면서 4조75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야말로 ‘대박’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 셈이다.

김 대표는 돈뿐만 아니라 명예를 더 얻게 됐다. 이번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그는 DH 경영진 중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또 DH 본사의 글로벌 자문위원회 3인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CEO(최고경영자)와 에마누엘 토마신 CTO(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DH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우아한형제들 CEO 자리는 김범준 부사장에게 넘겨주고, 합작사 우아DH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한다. 베트남과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2개국의 사업을 총괄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김봉진 대표가 그간 배민을 ‘국민 배달앱’으로 키웠고, 최근 배달로봇 ‘딜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혜안 등 남다른 경영능력을 DH가 높이 평가한 조치란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 실내 배달 로봇 '딜리 타워' [사진=우아한형제들]



◆국내 배달앱 독과점 논란...소상공인·소비자 혜택 의문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배민의 기업가치 상승, 개인의 영달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반면 외국계 기업의 독과점 논란이란 악재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민 소비자들은 배민의 DH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이젠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게르만족이 됐네’라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배민 팬클럽 ‘배짱이(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배민의 오랜 충성고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요기요와 배달통이 업계 2, 3위인 가운데 56%의 점유율인 배민까지 인수한 DH가 사실상 한국 배달앱 시장을 100% 차지하게 됐다.

DH는 이들 3가지 앱을 각각 별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3사 경쟁 관계 속에서 소비자에게 주어지던 혜택은 줄고 점주들에게 폭리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높은 허들을 남겨두고 있다.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기업결합 신고를 하면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제한하는지 등을 꼼꼼히 심사할 계획이다.

물론 공정위는 점유율만으로 인수·합병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기업의 독단적인 제품 가격 인상, 가격 담합 등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기업 결합은 승인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우려가 커진다면 기업 결합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양사의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점유율과 담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시뮬레이션 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