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결합상품 나온다"… 과기정통부, LG유플러스에 조건 부과

2019-12-15 12:00
5G·LTE 요금제 출시 즉시 도매 제공…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
'1이통사-1알뜰폰' 원칙 깨져… 과기정통부 "시장 활성화 기준으로 판단"

LG유플러스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알뜰폰 사업의 분리 매각 없이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서 알뜰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인터넷과 유료방송에서 결합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알뜰폰업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알뜰폰 시장의 경쟁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LG유플러스의 5G·LTE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 바로 도매제공하고 유·무선 결합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알뜰폰의 정식 명칭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사들로부터 이동통신설비 임대비용인 '망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인수 조건을 부과하면서 LG유플러스가 출시하는 주요 5G·LTE 요금제는 출시 시점에 곧바로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로 제공된다. 그 동안 이통사가 요금제를 출시하고도 도매 제공까지 1년이 넘는 시차가 있어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망 도매대가도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 5G 도매대가는 66%까지, LTE 요금제는 58.5%까지 인하한다.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지원한다. LG유플러스의 5만5000원 5G 요금제의 경우 3만6300원에 알뜰폰 사업자에게 제공된다.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는 다회선 할인과 유무선 결합상품을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제공받게 된다. 이를 통해 알뜰폰업계가 요구해왔던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을 묶어 할인하는 결합상품 출시도 가능해졌다.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결합상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종량제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하는 경우 선구매제 할인을 도입해 데이터량에 따라 최대 13%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5G 단말기나 유심 구매를 요청하면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를 대행하도록 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유료방송업계 뿐만 아니라 알뜰폰업계도 주목해 온 사안이다. 특히 CJ헬로는 이통사를 모회사로 두지 않은 알뜰폰 사업자들 중 맏형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CJ헬로가 이통사로 인수될 경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과기정통부도 심사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13일 아침까지도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등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이 분리매각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다양한 알뜰폰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9월에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공동 브랜드·파트너십 프로그램 'U+ MVNO 파트너스'를 론칭하고 인기 단말 구매, 전략요금 상품 출시, 서비스 유통 확대를 위한 영업활동 지원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정부에서 1개의 이동통신사(MNO)가 1개의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을 정책 기조로 삼아왔던 점도 심사 기간 내내 지적됐다. LG유플러스도 이미 알뜰폰 자회사로 '미디어로그'를 두고 있다. 이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가 불만을 드러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발표 후 "알뜰폰 시장의 경쟁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결정에 따라 '1사 1알뜰폰' 원칙은 유명무실해졌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1사 1알뜰폰 기조는 깨졌다"며 "심사위원회의 논의 결과 분리 매각보다는 LG유플러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알뜰폰 시장 활성화, 이용자 이익,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출시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바로 도매로 제공받고 결합할인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요구해오던 사안"이라며 "SK텔레콤과 KT가 LG유플러스에 준하는 망 이용조건을 부과하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이통사들은 5G 위주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LTE를 중심으로 시장을 양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