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이 베트남에 남긴 GYBM은?
2019-12-10 13:55
‘제2의 김우중’을 꿈꾸는 청년사업가 양성과정
베트남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 장악한 GYBM 인맥
매년 각국 기수 배출...베트남 9기 진행, 졸업생 1000명
귀국 직전까지도 GYBM 입소식 참석해 애정 드러내
베트남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 장악한 GYBM 인맥
매년 각국 기수 배출...베트남 9기 진행, 졸업생 1000명
귀국 직전까지도 GYBM 입소식 참석해 애정 드러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아주대 병원에서 작고한 가운데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 해체 후 그가 20년간 야인(野人)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거듭 공들여 왔던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GYBM은 ‘제2의 김우중’을 꿈꾸는 청년들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GYBM은 사실상 해외청년취업·창업 분야에서 선구자 격이되는 프로그램이다.
김 전 회장은 2010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인생 2모작'을 본격적으로 구상하면서 한국 청년들을 위해 GYBM을 시작했다. 좁디좁은 한국 땅을 벗어나 광대하고 여전히 개척할 곳이 많은 세계를 누비며, 미래 한국을 견인할 자산은 도전정신이 투철한 청년들밖에 없다는 그만의 경험에서 나온 구상이었다.
GYBM은 그가 현지에 탄탄한 기반과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베트남에서 시작됐다. 베트남이 도이머이(개혁·개방) 추진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베트남에 가장 먼저 다가가 투자를 단행한 해외 대기업 총수였다. 김 전 회장은 생전 "베트남이 제2의 고향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고 지인들에게 말해왔다.
GYBM은 2011년 베트남에서 1기 4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각국에서 약 1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베트남은 현재 9기에 이르고 있으며, 이후 시작된 다른 아세안 국가에서는 미얀마 4기, 인도네시아 3기, 태국 2기까지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도 150명을 선발해 지난 7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GYBM만의 가장 큰 강점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글로벌인재양성센터’에 입소해 1년여간 합숙생활을 통해 동문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업무 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수업이 영어로 진행돼 영어학습 구사자를 뽑는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4년제 대학졸업자 중 34세 이하의 청년들로만 구성해 나이제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GYBM만의 스파르타식 학습과정과 현지 특성화 과정은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주재원이 아닌 현지채용에도 불구하고 다른 현지채용 직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으며 업무수행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우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베트남 하노이 등지에서는 인맥으로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다음으로 GYBM을 쳐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노이 현지 한국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GYBM 출신 졸업생은 “지금까지 베트남 졸업생들은 전원이 취업해 한국계 회사에서 활약 중”이라며 “베트남 곳곳에 뿌리내린 GYBM 출신들이 있어 평소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GYBM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김우중 전 회장 부고 소식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베트남 현지에서도 GYBM 출신들이 모여 김 전 회장의 빈소를 마련하고 조의를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평소 GYBM 프로그램에 대해 "청년들이 해외에서 창업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게 좋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고, 그 나라에서 수출을 늘리고, (기업체의) 지점이 생겨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생애 마지막까지도 GYBM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마지막 증보판을 내면서 받은 인세도 GYBM 사업에 보탰다.
또한 지난 8월 건강이 악화되면서 귀국하기 직전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GYBM 교육 현장에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