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계 인권의 날' 기념 대규모 집회... 평화적 마무리에 주목

2019-12-08 17:33
4개월 만에 경찰 허가로 열려... 평화 행진 조건
과기대생 사망 한 달 째... 오전 총기 압류 사태도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가 8일 홍콩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앞서 경찰의 홍콩이공대 진압 사건 이후 만 6개월만에 소강상태를 보였던 홍콩 주말 시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홍콩명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많은 시민이 몰렸다. 홍콩 재야단체 연한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세계 인권의 날 기념 평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다.

명보는 오후 3시경부터 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행진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진은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와 홍콩 정치 원로 리주밍(李柱銘) 민주당 창당 주석의 주도로 진행됐다. 지미 샴 대표는 행진 직전 “평화로운 집회를 위해 각 정당이 도울 것이며, 경찰과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평화로운 행진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날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이 숨진 지 1개월째 되는 날이기도 해 향후 시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오전 홍콩 경찰은 9mm 반자동 권총과 무기, 흉기를 소지한 시위대 11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은 오후 행진에서 총기를 사용해 혼란을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경찰 당국은 지난 6일 이번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허가했다.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진을 불허했으나, 이날 집회와 행진은 4개월여 만에 허가했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둔 후 달라진 정치 지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콩 경찰은 주최 측에 평화시위를 요구하면서 엄격한 조건을 붙였다. 행진은 주최 측이 시작 시각과 경로에 대한 경찰 지침을 지켜야 하며,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이 있으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시위를 오후 10시까지는 끝내야 하고, 참가자들이 누구도 위협해서는 안 되며, 홍콩 깃발이나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은 요구했다.

만약 시위가 끝까지 평화롭게 치러질 경우 그동안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폭력으로 얼룩졌던 홍콩 시위가 큰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폭력 사태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홍콩 도심 센트럴에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