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연일 美비판 "中발전 억제시도…결국 실패할 것"

2019-12-05 15:51
방한 이틀째…한국 우호인사 오찬회 연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이틀째인 5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한·중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우호인사' 오찬회 공개연설에서 "전 세계에 넘쳐나는 일방주의, 바링(覇凌·괴롭힘)주의, 강권정치가 지역은 물론 전 세계 평화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한·중 양국이 협력을 통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특정국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무역협상,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안) 등을 놓고 충돌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왕 부장은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중국의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고 억제하려는 자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과 강권정치의 오만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런 시도들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냉전 사고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며 "중국 부흥 역사의 필연이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과 전략적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며 한·중 협력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미래 역사적인 발전 프로세스 중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양국간 교역액이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며 한·중 양국을 '이익공동체'라고 표현했다. 

왕 부장은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세 가지 희망사항도 제시했다. 첫째는 더 높은 정치적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중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해옴과 동시에 일부 파장도 겪었다며 여기서 경험과 교훈을 얻고 서로의 핵심적인 관심 사안을 배려해주고 우호와 신념을 굳건히 해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둘째는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왕 부장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한국의 발전전략 계획의 연계를 강화하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이끌어내고, 무역투자·제조·금융·환경보호·인공지능(AI) 등 방면에서 실질적 협력을 심화시켜서 양자 협력의 새로운 성장점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더 높은 수준의 다자간 협력이다. 그는 보호주의·일방주의·패권주의 속에서 양국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기치를 높이 들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의 조속한 서명을 추진하고, 한·중·일 FTA 프로세스를 가속화해 아시아 일체화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방한은 2015년 10월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방한한 리커창 총리를 수행하며 한국을 찾은 뒤 4년 만이다. 공식 방한은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2016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첫 방한이기도 하다.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왕 부장은 전날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났다. 당시 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그는 패권주의가 국제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예방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중 관계를 비롯해 남북 문제,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이 5일(현지시각)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우호인사' 오찬회 공개연설하고 있다.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