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나경원 체제’...원내대표 1년 성적표는

2019-12-05 00:00
최고위서 '불신임'…오는 10일 임기 마쳐
전문가 "당 대표인지 원내대표인지 헷갈리는 행보"

자유한국당 원내사령탑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는 10일 1년 임기를 마치고 평당원 신분으로 돌아온다. 탄핵 여진, 6·13 지방선거 참패 등의 부담을 안고 원내대표에 임한 그는 한국당의 야성(野性)을 되찾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다만, 임기 내내 ‘원내 협상력 부재’를 드러내며 끝끝내 정쟁에 매몰됐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한국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패스트트랙 국면 ‘리더십 위기’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삼수 끝에 원내대표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타이틀도 덤으로 얻었다. 그동안 비례대표·지역구·서울시장 출마 등 정치적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나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직은 ‘리더십 시험대’ 역할을 했다. 

나 원내대표 임기 초반부터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서명한 게 화근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여야 4당이 합의해 내놓은 ‘지역구 225석·비례 75석 50% 준연동형제’ 도입에 맞불 성격으로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어깃장만 놓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여야 4당이 공조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나란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자 부득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은 한국당 의원 60여명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었다.

패스트트랙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리더십 위기를 노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를 이뤘지만, 당 의원들의 반대로 의총에서 합의문 추인이 불발된 것이다.

한국당이 한창 장외투쟁에 힘쓸 쏟을 당시 ‘달창’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당시 “달빛 창문으로 알고 썼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의 ‘막말’ 프레임에 갇히면서 지지율 상승 국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가 ‘전선을 과도하게 넓힌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각종 이슈를 모두 챙기는 탓에 청와대와 여권이 뼈아파할 ‘한방’이 없다는 것이다.

◆원내 협상력 부재 드러내...조국 국면선 ‘발군’

반면, 지난 3월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나 원내대표가 당내 리더십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고, 이에 여당과 청와대는 극렬 반발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잘했다”는 평가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실제 당시 박지원 의원도 “야당 원내대표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듣고 비난·비판할 수 있지만,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며 “민주당의 전략은 나 원내대표를 잔다르크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나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특히 ‘조국 국면’에서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발 빠르게 조국 TF를 꾸려 조국 저격수들을 전진 배치했다. 실제 조국 TF에서 곽상도 의원(조국 딸 장학금 의혹 제기)·주광덕 의원(조국 압수수색 개입 의혹) 등의 활약으로 ‘조국 낙마’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고위원회에서 ‘불신임’ 받은 이유로 ‘원내 협상력 부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유기준·강석호 의원이 나란히 '원내 협상력 복원'을 들고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나 원내대표가 원내 협상력 부재에 직면한 주 원인으로는 ‘과도한 정치적 행위’가 꼽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원내대표들보다 나 원내대표는 유독 정치적 복선이나 의혹을 받을 만한 행동을 많이 했다”며 “그러니 자연스레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 대표인지 원내대표인지 헷갈리는 행보를 많이 했다”며“ 당 대표가 원칙을 이야기하더라도 원내대표는 막후협상도 하고 유연하게 가야 하는데 본인이 대표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홍 소장은 “여권이 약을 올리더라도 원내대표는 평상심을 잃으면 안 된다. 인내심을 요구하는 자리”라며 “평상심을 잃고 발언과 행동을 이어가 협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