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왕이, '한·중 관계 발전' 강조…왕이, 美 향해 "내정 간섭 반대"

2019-12-04 18:04
강경화·왕이, 4일 외교부 청사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왕이 "중·한은 이웃이자 파트너"…모두발언서 대미 비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왕이 위원은 오후 4시경에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 장관을 만났다. 왕 위원의 방한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이자, 양자 차원의 공식 방한은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양국 장관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변화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한·중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뜻을 모았다.

강 장관은 “왕 위원을 서울에서 만나 그동안 양국관계 발전 과정을 평가하고, 다소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발전시킬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정상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위급 교류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려는 데 대해 서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담을 통해 정상 및 고위급 교류 활성화 방안 경제·환경·문화·인적교류 등 실질 협력 증진 구상과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중 간 협력방안,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이 양국 관계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라고 표현하자 왕 위원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왕 위원은 한·중 양국이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국제정세 속에서 이웃들 간 왕래와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중국은 시종 일관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시행하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했다”며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도 반대한다”며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현재의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의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측을 포함한 모든 책임지는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국제체제 및 국제질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하겠다”고 했다.

왕 위원의 이런 발언은 현재 중국과 무역갈등 및 패권전쟁 중인 미국을 향한 대미 비판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 위원이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홍콩인권법에 이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개선을 위한 법률을 추진한 것에 대해 중국이 반발했고, 왕 위원의 발언도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왕 위원은 강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공관 만찬도 함께한다. 방한 이튿날인 5일 오후에는 청와대 접견실에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